주말이면 용진면 읍내 나무시장을 들러 유실수 나무를 찾아 본다.

손녀가 보는 동화책 중에 ‘나무꾼의 멋진 집’이라는 책이 있다.

‘마세 나오카타’라는 일본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책인데,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나무꾼이 나무를 베어서 새집을 지으려고 마음먹고 숲에 갔다.

숲에서 커다란 나무를 찾아낸 나무꾼은 그 나무로 집을 지을 요량으로 도끼로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 나무의 구멍에서 살고 있는 너구리가 나무꾼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우리 집을 베지 말아요. 아니면, 더 멋진 집을 지어줄 거예요?”그 이야기를 듣고 나무꾼은 “좋아. 멋진 집을 지을 테니까, 사이 좋게 함께 살자”라고 호기 있게 말했다.

그러자 올빼미, 다람쥐, 하늘다람쥐, 여우, 너구리, 토끼, 멧돼지, 작은 거미까지 그 나무에서 살거나 놀거나 쉬는 동물들의 요청이 줄줄이 이어지자 그들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상하던 나무꾼은 점점 곤란해졌다.

땅속에서 나온 큰 곰이 자기도 같이 살 수 있냐고 묻자 나무꾼은 마침내 “아아,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집은 만들 수 없어”라고 소리치고는 좋은 생각이 났다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나무꾼은 수레에 짐과 자재를 싣고 돌아와서, “너희들에게 부탁하겠는데, 나를 이 나무에서 살게 해줘. 이 나무같이 멋진 집은 지을 수 없겠어”라고 말하고는 자기가 베려던 바로 그 나무 위에 나무꾼의 집을 짓고 그 나무에 살던 동물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전주 기상청이 있는 학산 상가마을 중턱에 있다.

아파트를 떠나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 오게 된 계기는 오로지 맑은 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슬금슬금 숲이 개발이 되고 나무들의 숲 대신 건물이 엄청난 속도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내가 느끼기엔 분명히 공기의 질이 예전 같이 좋지가 않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엄청난 아파트단지가 어딜 가도 펼쳐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저 동화책, “나무꾼의 멋진 집”은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나무를 베어 사람을 위한 집을 지으려는 사회인지, 아니면 여러 동물과 식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나무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봤을 때 우리는 지금, 나무를 베어 사람을 위한 집을 지으려는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다.

사실은 그보다 더 절망적이게도, 돈을 벌 수 있는 땅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가차 없이 나무를 베어 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다른 많은 일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나무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치기준은 오로지 한가지다.

돈. 오로지 돈이 되는 나무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나무는 아무렇게나 잘라서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지으려는 땅이나 길을 내려는 땅이나 내 집 마당에 있는 나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판단할 때 특히 그 가치 기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나무가 조금이라도 일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싶으면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순전히 나무뿌리가 상하지 않게 파냈다가 나중에 다시 심는 비용이 그냥 잘라서 버리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나무의 생명이나 환경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 아무도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건축가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주변에서 숱하게 봐온 광경이다.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충분히 자연친화적이고 환경적으로도 깨끗한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해 안심하고 있는가? 미세먼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중국 탓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분명 중국의 영향이 크긴 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없을 때만이라도 충분히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를 앞에 두고 우리는 언제까지 베어버리는 비용과 옮겨 심는 비용만 가지고 판단을 할 것인가.

나무꾼이 발견했듯이, 나무는 분명 인간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가치, 돈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가? 나무 한 그루를 지키는 일.

그건 분명 고등어를 덜 굽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환경오염해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주)라인종합건축사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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