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 정상현 공연기획자

4년차 지역축제 기획-운영
지자체-단체 후원금 거부
자본과 무관한 축제 필요
7월 13일 바보들의 축제
'stay foolish' 전주서 개최

세상을 뒤바꾼 스티브 잡스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인생을 배고프게 살고, 항상 우직하게 살아라.

잡스의 조언처럼 4년째 우직하게 지역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 온 사람이 있다.

공연 기획자 정상현씨다.

2015년 전주 KT&G 건물에서 첫 막을 올린 ‘바보들의 축제-Stay foolish’는 예술에 미치고 재미를 쫓는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이 합심해서 만든 축제다.

음악을 사랑하고, 미술로 위로받고, 춤을 즐길 줄 알며, 나누는 것의 풍요로움을 믿는 바보들의 축제는 시작부터 지자체 보조금이나 특정 단체의 후원금은 일체 받지 않았다.

순수하게 예술가들의 힘으로만 운영하며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비빌 언덕이라곤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후원이 전부인데 되레 그 점을 강조한다.

“지역에서 1년에 한번쯤은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축제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냥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축제 말이죠” 불편함을 감수하며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런 우직한 철학은 어느덧 축제에 녹아들어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든 밀알이 됐다.

프로그램 확정, 출연진 섭외까지 누군가의 간섭과 통제 없이 회의를 통해 결정하며 자율성을 높인 것이다.

“사실 돈이 없어서 힘든 점도 있어요. 더 재미난 일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아쉽죠. 그래도 예술 본연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서 좋아요. 무조건 ‘얼마’로 평가되는 예술이 아니라 즐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꾸준히 오래가는 것들을 보면 자본이 침범하지 못했기 때문에 길게 유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일까.

축제장 안에서는 어떤 상업적인 활동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로지 기부만 가능하다.

재능기부, 음식기부, 물품기부.

돈은 절대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축제를 위해 기꺼이 내어준다.

“포트락 100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역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스테이풀리쉬에 참여한 관객과 예술가들이 모두 함께 나눠먹어요.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오늘 처음 봤지만 밥을 먹으면서 식구가 되는 거죠.”

소소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축제가 만들어진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30년 넘게 음악활동을 한 뮤지션으로 명성이 높다.

2002년 아트스페이스 ‘레드제플린’을 오픈하고 전주지역 밴드들에게 공연공간을 내줬다.

또 지역 뮤지션들의 음반제작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좋은 음악을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에 공연기획을 시작했고, 전북을 위한 음악축제 ‘메이드 인 전주 뮤직페스티벌’로 공연문화 활성화에 앞장섰다.

이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에 집중하고 있다.

불편과 고생이 따르지만 예술의 본질만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스테이플리시를 통해 예술인들에겐 확고한 작품세계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돕고, 시민들은 진정한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예술을 잘하든 못하든 격려하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유일한 소통창구가 스테이풀리쉬다. 어떤 모습 어떤 형태가 되었든 즐길 수만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자가 없어지지 않는 한 바보들의 축제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가, 주민이 모두 함께 어울리는 바보들의 축제 stay foolish는 오는 7월13일 전주에서 만날 수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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