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공예가 박갑순 개인전
내일부터 도립미술관 서울관
조롱박-요강-장항아리 등
단순하지만 부드러운 표현

한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는 지호 공예가 박갑순의 개인전이 18일부터 2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한지, 꿈을 만들다 Ⅱ’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갑순 공예가의 두 번째 전시로, 지난해 열었던 ‘한지, 꿈을 만들다’의 연속선상에 있다.

일반적으로 한지공예 중 가장 힘든 작업이 지호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도 없이 한지 죽을 결대로 찢어야 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지면 치대는 과정을 거쳐 차분차분 골격을 만들게 된다.

얇게 한 꺼풀을 바르고 충분히 말려준 뒤 다시 또 한 꺼풀을 바르고 또 말리고 하는 셀 수 없는 반복과정을 거쳐야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단순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만 가능한 작업이 지호작업이다.

이렇게 탄생된 작품들은 소박하지만 단아하고, 단순하지만 부드럽다.

반면 작가의 손을 갈라질 데로 갈라지고 앞으로 내밀기엔 민망한 피부를 가지게 된다.

지호 공예가 박갑순은 이런 과정을 20년 넘게 한 눈 팔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왔다.

지난 1년간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소중한 작품들이 처음 공개되는 자리다.

작품은 과거 우리 조상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것들의 대부분이다.

지나는 선비에게 급하게 마시고 탈나지 말라고 꽃잎을 띄운 조롱박을 비롯해 하얀색 닥죽이 고운 붉은 빛이 돼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붉은 색 단지도 눈에 띈다.

새색시의 부끄러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요긴하게 사용되는 요강, 외갓집 너른 장독대에 늘어서 있는 간장, 고추장 항아리, 씨앗과 곡물을 보관한 종이 항아리 등은 삭막한 아파트 한 귀퉁이에 정감을 불어넣는다.

박갑순 작가는 “자투리 한지나 닥죽을 이용한 지호공예는 단순한 기법이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한지를 찢어 부쳐가며 형태를 만들고 만지고 다잡아주며 부드러움을 더하며 작품이 탄생된다”며 “단순하고 지난한 작업은 가끔 지치게도 하지만 투박하지만 단아한 매력이 또 한지를 잡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혜미자 색지장은 “한 없이 여린 제자 박갑순이 이십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며 “한 작품 한 작품 손이 갈라지면 정성을 들인 작품들이다. 많은 격려와 칭찬을 바란다”고 밝혔다.

1999년 한지공예에 입문한 박갑순 작가는 2002년 제3회 한국공예대전 특선, 2003년 제9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동상, 제1회 전통현대공예공모대전 은상, 2004년 제10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동상, 2006년 제12회 전국한지공예대전 금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공예가협회 회원전, 미국 워싱텅 전주한지초대전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고, 제18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제15회 대한민국한지대전, 제4회 전국안동한지대전 등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 전주한지문화축제 연구실행위원, 지우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 회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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