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30대 초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내가 우연한 기회에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전통문화시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한옥으로 조성된 시설에 조금은 어색한 생활한복을 근무복으로 입고 적지 않은 기간을 근무하게 되었다.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다.

현재도 나는 전통문화관련 기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전통문화시설에서의 첫 근무가 14년이라는 시간을 전통문화와 함께하게 하는 운명을 만들었다.

전주한옥마을 조성의 초창기부터 방문객 1,000만을 이루는 순간까지 전주한옥마을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며, 바라보며 전통문화의 힘을 몸과 맘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의 성공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현장에서 바라보았던 나로썬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전통문화시설에 근무하면서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우리의 전통문화인 판소리, 국악, 한지, 한식 등을 자의반타의반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2004년 어느 날, 퇴근 준비를 하려고 마당에 나와 보니, 어린 꼬마 소리꾼과 어르신 고수가 아무도 없는 마당 평상에서 소리를 하고 있는데, 해가 넘어가고 공연장 조명이 커지듯 정원등이 켜지고, 꼬마 소리꾼이 애절하게 소리를 하고, 아직도 생생이 나의 기억창고에 남아있다.

2012년 20대 젊은 멋진 청년이 찾아와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였다. 내용은 한복 콘텐츠였다. 이후 그 청년은 한복데이를 기획하고 한복대여점을 개업하고 전주한옥마을에 한복의 물결을 만들었다.

2015년 지역신문에서 한복을 만드는 젊은 여성 CEO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자랑하며, 청바지 하이힐에 어울리는 한복을 짓겠다는 포부로 전주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탄소전자해금을 제작하시는 분을 만났다. 이 분은 탄소섬유를 소재로 우리 전통악기인 해금을 만들고 또 멋진 연주회까지 마쳤다. 

뿌리 깊은 전통문화는 끝없이 변화하며, 새롭게 창조되고 있다.

깊은 샘에서 끌어올리는 물은 마름이 없다. 우리 전통문화도 마찬가지다. 깊은 곳의 풍부한 전통문화는 끌어올려도 그 끝이 없다. 

문제는 이런 풍부하고 소중한 우리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숨을 쉬면서 산소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듯이 주위에 널리고 널린 전통문화가 자칫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지 않을까 아쉬움도 있다.

하나의 민족을 구성하는 것은 여러 요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문화다. 총과 칼로 세운 민족은 총과 칼로 망하게 돼 있으며, 그 생명력 역시 길지 않다. 

문화는 다르다. 현대문명에 비해 그 속도가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과 깊이는 풍부하고 깊다.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 민족의 가슴과 마음속에는 그 민족만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민족의 정체성을 논하는 기준도 바로 문화다. 

‘굴뚝 없는 산업’이란 흔한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전통문화에 대한 중요함은 두 번 이야기하면 잔소리일 정도다.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문화예술인만의 몫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통문화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혹시라도 그 의무감을 잠시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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