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문학상 수상작 원작
인물-만남등 개연성 부족
음향-조명은 완성도 높고
배우들 노래 실력 어설퍼

2018 전북관광브랜드 공연 뮤지컬 ‘홍도’가 27일 전북예술회관 공연장에서 개막했다.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홍도’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전북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혁명가로 평가되는 정여립과 대동사상을 바탕으로 외손녀 리홍도가 역사의 질곡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지컬 ‘홍도’는 검증된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기대에 어긋난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우연적인 첫 만남, 400년을 살고 있다는 작위적인 인물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완성도 자체가 낮은가 하면 그건 아니다.

전체적인 서사는 장엄하게 흘러 러닝타임 동안 홍도에게 일어난 일들을 추적하는 일대기식 구성으로, 각 장면마다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며 장면을 연결한다.

그로 인해 ‘정여립’이라는 인물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기축옥사를 시작으로 임진왜란까지 굵직한 역사의 순간을 담아내며 오늘날 첨예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정여립과 대동사상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도 마련한다.

거기에 더해 최첨단 영상기술을 결합한 무대연출과 다채롭게 활용된 조명은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때론 극의 핵심을 전달하거나, 작품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앙상블의 모습도 놓칠 수 없는 요소다.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선사한 양승환 작곡가의 음악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공헌했다.

다만, 타이틀 역할을 맡은 ‘홍도’의 이야기임에도 전혀 인물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역사적 환경, 주변 인물에 대한 서사가 크다는 점도 한 몫 하겠지만, 온전히 주인공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 주인공 홍도와 정여립의 제자 자치기와의 사랑도 매우 급작스럽고 감정의 폭이 빠르다.

어린 시절 함께 지냈다가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나고 함께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 사랑을 하게 된다.

이야기 흐름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객석에 앉아서 극을 봐야 하는 관객입장에선 의구심이 생긴다.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굳이 연결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 주인공의 어설픈 노래 실력은 중요한 지적 대상이다.

장르가 뮤지컬임을 감안하면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할 사항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뮤지컬이 절정부로 치달았을 때, 극 속의 인물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혀 느끼게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좁은 무대를 효과적을 활용하기 위해 스크린을 사용한 것을 매우 고무적이지만 출연 배우 동선을 쫓아가지 못하는 조명은 시급한 시정대상이다.

무엇보다 상설공연에 무거운 주제작품을 정한 이유를 모르겠다.

정여립을 소재로 하고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란 의미가 있지만 객석을 나오는 마음은 이유 없이 무겁기만 하다.

이번 뮤지컬 ‘홍도’는 12월 8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 R석 4만원, S석 2만원.

문의(230-7482).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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