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서학동사진관서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
사진 통해 역사 되돌아봐
사진 채색해 이상향 표현

한국전쟁을 경험한 근현대사 가족사진전이 서학동사진관에서 진행된다.

‘유예된 시간을 기념하며’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이주용 작가다.

작가는 사라지는 사진관 사진을 통해 시대의 기억과 사회적 초상을 기록해 왔다.

근현대 사진관 사진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역사와 기억을 드러내는 일종의 리서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작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를 경험했고, 아버지는 18세의 나이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해 참전용사가 됐다.

작가 역시 DMZ 인근 철원 양지리 마을 건너편 대성산에 위치한 8사단에 배치돼 삶과 죽음의 비극적 여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 가족사는 한국전통의 고통과 비극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며, 휴전 상태지만 여전히 아픔 속에 있는 당사자 가족의 시선으로 지금도 DMZ 근처마을을 찾아 사진 아카이브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런 작업은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던 두 세대와 자신의 경험에서 파생된 질문에서 출발점을 찾고 있다.

작가는 이번 기획전에서 작고 오래된 자신의 가족사진과 근현대사의 상징적 타인의 가족사진을 마련했다.

작품은 확대 인화된 후 정교한 채색과정을 거쳐 재현해 현재적 미래를 드러내고 있다.

두 사진들 간 상호병치를 통해 시간과 역사, 본질과 환경, 갈등과 이산의 사회상까지 표현한다.

설치는 북한 공훈화가인 김성민의 금강산을 차용한 그림을 배경으로 한다.

더 이상 산이 아닌 우리의 정서적 상징으로 자리잡은 금강산 배경은 북한의 그림 유형에 따라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또 웅대한 선동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 시대 꿈이 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의 그리움으 담은 사진관 배경에 실향민 가족을 기록하고 다시 확대 후 채색을 입히는 과정을 이어갔다.

작가는 “사진관에서 채색을 하는 일은 유예된 시간에 자유와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시간의 유예 속에서 사유의 판타지를 찾는 것이다”며 “옛날 원본 사진에 채색을 함으로서 원래 사진이 갖고자 했던 꿈과 인간의 판타지를 계승해서 사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고 밝혔다.

서학동사진관은 “북한 전쟁참전 훈장과 아버지 한국전쟁 참전 훈장을 나란히 병치시켜 공존과 배반, 개인과 전체, 권력과 동맹을 전복하는 새로운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며 “작가의 작업을 다 보기에는 협소한 공간일 수 있으나 장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태도의 변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일부터 6월 3일까지 진행되며 오프닝은 12일 오후 4시 마련될 예정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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