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 Me Too)이 올 초 한국에까지 전해지면서 법조계, 문화계, 연예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많은 폭로가 이어져 왔고, 이로 인해 한국 전체가 한 동안 떠들썩했다.

이전까지 한국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 속에서 피해 여성이 피해사실을 쉽게 밝힐 수 없었던 분위기였지만,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며, 이는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해져 가는 과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다소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가해 남성들에 대한 분노와 비난으로 일관하던 언론 및 국민들의 태도가,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 사건’, ‘정봉주 전 의원 사건’, ‘연예인 김흥국 사건’ 등을 겪으면서 흔들리고 있고, 일부 남성들은 피해여성이 폭로하는데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불쾌해 하기도 한다.

이에 국민들은 성범죄 내지 성희롱 사건을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들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소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마침 대법원이 ‘성희롱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견지해야 할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 행위로 인해 해임된 대학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판시한 것이다.

성희롱 사건에 국한되는 판결이고, 내용이 조금은 추상적인 면이 있으나, 그 기준을 ‘성범죄’에 적용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법조계뿐 아니라 혼란스러워 하는 국민들에게도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명시적인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판단의 기준점을 제시해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이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이 줄어들고, 미투 운동이 원래의 바른 취지대로 흘러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더욱이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결국 대한민국이 더 성숙하고 올바른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웅주 변호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