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3人 각자 시각으로 풀어

2014년 4월 16일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영화 ‘봄이가도’는 세월호, 그날의 시간에 멈춘 사람들에 관한 3색 연작이다.

하나의 주제를 세 명의 감독이 각자의 색깔을 입혀 연출한 옴니버스 형태의 극영화로 전미선, 유재명, 전석호 배우가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끈다.

한양대 동문끼리 합심해서 만든 작품으로 기획부터 캐스팅 비화까지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5일 카페 하루일기에서는 전미선 배우와 ‘봄이가도’를 연출한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감독의 토크클래스가 열렸다.

장준엽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2년쯤 흐르고 사회적인 분열이 날로 심해졌다”며 “그 시기 우리는 같은 문제의식에 직면했고 세월호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만들게 된 영화다”며 제작 배경을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기 전까진 이런 주제를 다뤄서 영화를 만드는 게 맞는지 고민스러웠다는 진청하 감독은 “막상 유가족과 만남을갖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덕분에 용기를 얻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봄이가도’는 세월호로 잃은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잠수사,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의 무망함을 좇아 ‘그날 이후’를 재구성한 영화다.

전신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부터 전석호 배우를 염두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며 “촬영을 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진짜처럼 이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중 딸을 잃은 엄마로 분한 전미선 배우는 “무거울 수 있지만 무겁지 않은 영화다”며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야기로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판타지적으로 그려냈다”고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장편경력이 전무한 감독의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자 “감독의 단편작품이 집중도가 있었고 시나리오도 훌륭해 선택을 고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 “열정을 가진 젊은 감독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연기하는 일밖에는 없었다”며 “오히려 이번 작업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얻게 되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를 다룬 첫 극영화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영화적인 장치로 통과한 이번 작품은 슬프지만 결국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한다.

유재명 배우와 작업을 함께 한 진청하 감독은 “사회적으로 분열이 심할 때라 연기 제안을 해도 승낙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유재명 배우가 흔쾌히 승낙해줘서 놀랍고 매우 기뻤다”며 캐스팅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영화는 3개의 챕터들 사이에 시구(詩句)들이 삽입되며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연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준엽 감독은 “이야기의 큰 줄기는 일맥상통하지만 세 명의 시각과 생각이 담겨있어서 자연스레 엮는 과정이 필요했다.

와중에 찾게 된 방법이 ‘시’로 연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목 ‘봄이가도’에 대한 숨겨진 의미도 밝혔다.

진청하 감독은 “‘봄이가도’에 띄어쓰기가 없는 이유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하고 그날에 대한 기억과 애도는 띄어쓰기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봄이가도’는 제19회 전주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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