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후 사회 그려내
아이 눈으로 비춘 이상과
어른의 두려움 교차 표현
"타인 아닌 우리의 이야기"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는 전 세계인들에게 끔찍한 충격을 안겼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파고든 긴장과 불안은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도시는 자연스레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이기심과 탐욕이 난무하게 됐다.

영화 ‘클레오와 폴’은 길을 잃고 헤매는 두 아이 클레오와 폴의 시선을 따라가며 테러 이후 삭막해진 파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테러 이후 파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잊는 방법으로 가상 세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켓몬고 게임에 몰두하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순수함을 잃고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파리의 삭막한 모습이 드러나길 바랐다”

3살짜리 소녀 클레오와 동생 폴이 유모의 손을 잡고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을 찾는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유모는 클레오와 폴의 빠른 걸음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놓치게 된다.

결국 클레오와 폴은 각자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찾게 된다.

파리 테러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천진함으로 풀어낸 ‘클레오와 폴’.

카메라는 길 잃은 두 아이의 모습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도시 한복판에 놓인 공원의 풍경, 사람들의 모습을 관망하듯 바라본다.

“아이들은 유모를 잃은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리를 뛰어다니며 꾸밈없이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파리의 삭막한 모습을 너무 무겁지 않고 밝게 그리고자 했다”

감독의 이야기처럼 클레오와 폴은 각자 전혀 다른 곳에서 서로를 찾아다니면서도 심각하게 상황을 인지하기 보다는 거리에서 마주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거리를 헤매는 동안 어른들은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곳에만 몰두한다.

마치 파리 테러를 외면하고 가상 세계에 빠진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을 준다.

“테러 이후 삭막해진 파리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왜 타인의 슬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비판하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두 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이성적으로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감정적으로는 힐링이 되는 기묘한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그의 의도처럼 길 잃은 클레오를 도와주던 어른 루이스는 처음엔 아이를 골칫덩어리로 여기다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위로를 받게 되고 부모를 찾아주는 일마저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역전된 관계 속 아이러니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른들은 무엇인가를 잃게 되면 두려움,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시선 속에는 현실에는 없는 밝은 세상이 들어있다” ‘어른들을 위한 우화동화’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어른들이 느낄 공포와 아이들의 순수함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봐주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사건들은 회피하거나 모른 척 할 수 없는 문제다.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인간의 비극을 직시하게 될 때 무겁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을 돌보길 바란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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