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국 241편 최다 관객 찾아
536회 중 284회 매진 대기록
프론트라인 섹션 짜임새 호평
홍보-사진-상영환경 등 구설수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막을 내렸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다시 내건 영화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독립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

미국, 남미,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상영하고, 감독들이 참여하는 GV행사, 클래스 운영 등 관객 참여 행사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외 심사위원들은 이번 영화제는 여성, 차별 등 사회적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을 개인의 시선으로 옮겨와 세밀하게 보여주는 문제작들이 많았다고 평했다.

하지만 20년을 바라보는 영화제가 행사 운영의 기초적인 문제들에 미진한 점을 보여 성공의 발목을 잡았다.


△ 역대 최다…‘프론트라인’·‘익스팬디드 시네마’ 돋보여

세계 45개국 241편(장편 197편·단편44편)으로 최다 관객, 최다 매진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전체 536회 상영 중 284회 매진을 기록했다.

약 80,200명이 영화제를 다녀가며 역대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과 폐막작 ‘개들의 섬’을 비롯해 국제경쟁 대상작 ‘상속녀’, 국제경쟁 작품상 ‘머나먼 행성’, 아시아영화진흥기구 NETPAC상을 수상한 ‘어른도감’ 등이 전 회 차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에 이어 ‘독립과 대안’, ‘영화 표현의 해방구’ 정신을 내세운 영화제는 ‘프론트 라인’, ‘익스팬디드 시네마’ 등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특히 지난해 신설된 프론트라인 섹션의 경우 ‘클래스’ 프로그램을 접목해 난해하고 논쟁적인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짜임새를 갖췄다는 평이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스튜디오나 영화 사조를 조명한 아카이빙 기획 ‘디즈니 레전더리’ 특별전은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외에도 장준환, 나홍진, 정지우 등 중견감독과 함께하는 시네마클래스도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대중성으로 보폭을 넓힌 것은 바람직한 시도로 보이나 여타의 영화제들과 차별화되는 방향의 프로그래밍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립과 대안이 사라지고 흥행성에만 골몰하는 것 아닌지 영화제 내부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 전주돔과 전주 라운지

영화제의 개·폐막식과 대규모 상영, 음악축제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담당한 ‘전주 돔’은 지난해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는 의견이다.

문제로 지적됐던 환기시설은 냉·난방기를 증설해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에 힘썼고, TFS텐트 안의 울림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에 조형물 설치 등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영화제 기간 내내 급변하는 날씨 변화에도 외부와 차단해 영화·공연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하지만 라운지 부스의 즐길 거리는 여전히 부족했다.

전주돔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한, 사진 찍는 일밖에는 할 일이 없어 메인공간으로써 활용도가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매년 관객 수가 늘어나고 영화제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영화와 체험의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전주라운지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내년이면 20회…행사 운영은 걸음마 수준

내년 20회를 맞는 영화제에 맞지 않게 ‘운영 미숙’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며 겉으론 그럴싸한 포장을 했지만 실상 내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영화제를 알리는 홍보체계의 미숙함이 초기부터 큰 혼란을 자아냈다.

사전 신청된 뱃지가 개막일부터 발급이 됐지만 전산 문제로 원활하지 못했고, 특히 프레스 뱃지는 신청자 소속이 틀린 체 발급돼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뱃지 수령 시간도 일정 기준 없이 오후 5시 때론 오후 7시로 정하면서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람은 자신의 뱃지 대신 임시 카드를 받아야 했다.

사전에 이미 제작이 된 것이라 수령만 하면 되는데 수령 시간을 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다.

공식 기자회견에 대한 사전신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제측은 작년부터 공식기자회견에 사전신청을 받았다.

참여 매체와 참여 수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함이다.

사전 신청을 하지 않으면 출입에 제한됨도 밝혔다.

하지만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년 가깝게 영화제를 진행한 만큼 참여 매체와 참여 수는 굳이 사전신청을 받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평균 20여명 참여하던 공식 기자회견이 갑자기 200여명으로 늘어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홍보에 대한 일관된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고, 그나마 쌓았던 홍보체계의 노하우가 전혀 전수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영화제측은 올해 영화제 중간부터 사전신청을 없앴다.

영화제에서 제공하는 공식 사진도 논란이 대상이 됐다.

영화제측은 600만원의 예산을 통해 외부 전문업체에게 사진촬영을 맡겼다.

하지만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은 전문사진가가 찍었다고 믿기 어려운 사진들로 채워졌다.

많은 사진들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아 구설수를 타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제영화제 이름에 맞지 않는 실수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6개월 넘게 영화제를 준비한 스태프들은 영화제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모른다는 답변을 전하기 일쑤였다.

주차 문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단골메뉴로 등장했고, 음향문제나 상영관 내 음식물 반입 등 상영 환경 문제도 수년째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다.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되는 국제적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이 되고 있는 행사가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제를 찾은 한 관객은 “19년 동안 영화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축적된 노하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관객들이 비슷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영화제 측에서 개선의 의지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20주년을 앞둔 내년에는 이런 문제점들이 한층 개선되길 바란다”며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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