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대정장을 마치고 폐막했다.

각 언론사들은 잇따라 폐막관련 평가 기사를 냈다.

본보 역시 ‘흥행은 성공, 운영은 미숙’ 제하의 타이틀로 이번 영화제를 총평했다.

최다 관객, 최다 매진 기록 등 어느 정도 흥행에는 성공하고 나름 영화사적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둔 반면, 여전히 국제적 행사에 걸맞지 않은 크고 작은 운영 상 미숙을 드러냈다는 평을 내놓았다.

지난 2000년 제1회 행사 때만해도 과연 전주국제영화제가 19회까지 올 수 있으리라 과연 몇이나 생각했을까? 당시 전북대학교 문화관에서 진행된 1회 개막식에는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 개막작으로 상영됐었다.

영화제의 첫 출항인지라 여기저기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긁어모아 21개국 184편의 영화를 끌어 모았다.

대통령의 메시지도 디지털로 전달됐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침체기를 맞봤다.

정체성 문제, 조직위 내홍, 관의 과도한 개입, 예산 삭감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화제가 자리를 잡아나가기까지 여러 집행위원장, 조직위원장, 단체장들이 바뀌었고, 오늘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전주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즈음 국내 다른 국제영화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근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단체장의 영화상영 중단 압력, 영화제에 대한 감사 청구 등 영화제 탄압에 나서자 영화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또한 단체장 개인의 수완만으로 영화제를 이끌다보니 2만여 관객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관객으로 마감하는 등 존폐기로에 서기도 했다.

광주국제영화제 역시 관의 과도한 개입, 조직위 내부 개혁 실패 등 기존의 문제에 대한 처방 없이 영화제를 이어오며 매년 평균 20~30%의 좌석 점유율에 그치는 등 지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 획기적 전환 없이 지자체의 이해관계 속에 타협하며 진행되어온 영화제들의 현실이다.

타 영화제가 이런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 전주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제라 할 만한 위상까지 올라섰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제의 성장은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 그리고 영화제의 자율성의 보장여부에 있다.

영화제의 방만 운영을 제어하기 위해 적절한 관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화되어야 한다.

국내는 물론 많은 영화제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해 나아갔다.

이제 전주국제영화제가 20년을 맞는다.

영화제가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처음 제1회 때의 마음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