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교동미술관서 펼쳐
동-알루미늄-스테인리스 사용
시간 공존 등 다양한 해석 유도

나무와 함께 했던 7년의 생활이 이제 금속으로 변했다.

지난 2011년부터 ‘직지’를 테마로 나무를 매만졌던 엄혁용 조각가는 이제 차디 찬 금속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 외연을 확장한다.

15일부터 27일까지 교동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9번째 개인전으로 횟수 못지않게 다루고자 한 또 다른 세상을 표현한다.

이를 위해 한동안 다뤘던 나무를 벗어나 이번엔 스테인리스와 동, 알루미늄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기존에 했던 작품과 별개가 아니다.

소재만 다를 뿐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자와 책으로 소통하는 그의 노력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금속 소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보게 만든다.

고대시대부터 존재했던 비철금속인 동은 과거 그 자체다.

산업혁명 이후 탄생한 알루미늄은 스테인리스와 함께 현대와 미래를 표현한다.

이들을 통해 현대와 과거, 미래가 공존함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어디 소재뿐인가.

작품 ‘책으로부터 1’에도 이같은 경향이 강하다.

책은 동을 소재로 과거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압도적 크기를 자랑하는 기둥은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산업혁명 시대 굴뚝을 의미한다.

또한 책과 함께 한 대나무를 표현하기도 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에서 나무를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일부 작품은 목조로 만들어 목조와 철조의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차기 작업의 예고편 역할도 하고 있다.

전북대 소승영 건축과 교수는 “책을 통해 전해진 보편적 이성과 합리성으로 한 시대, 한 시대를 이어온 과거를 힘겹게 자란 대나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당신이 앉아 있는 그 책에는 후대에 남겨 져야 할 당신의 경험과 삶이 기록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나눔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엄혁용 조각가는 “나무를 활용한 지난 전시에서 마음 속으로 이별을 결정했다.

본래 전공인 금속으로 물성을 바꿔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땀 흘리고 힘든 작업이라 학생들도 기피하는 철조작업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내일에 대한 나의 표현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작가는 동대학원을 거쳐 2007년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7년 스위스 20개국 국제초대전 최우수상을 비롯한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현재 전북대 예술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