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을 신문 배달로 모은 1억원을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일선 학교에 기탁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창일(80)씨는(부안군 백산면)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백산중·고등학교 강당에서 교직원과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 정하영 백산고등학교장과 이중배 백산중학교장에게 장학금으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기탁했다.

유씨는 이날 장학금을 지난 2016년에 별세한 부인 양석순(당시 75세)씨와 공동명의로 기탁해 변함없는 ‘부부 愛(애)’를 과시했다.

올해 팔순을 맞은 유창일씨는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초에도 백산중·고등학교에 장학금 1,200만원을 기탁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지역인재 육성사업을 위해 1억1,200만원을 쾌척했다.

유창일씨 부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게 한이 맺혀 평생 모아온 돈을 지역인재를 양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백산중·고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하게 됐다”며 “백산중·고교 학생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정진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중배 백산중 교장은 “오늘이 교직생활 30년을 하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유창일·양석순 부부가 기탁한 장학금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뜻있게 쓰겠다”고 감사에 답했다.

이날 유창일씨에게는 백산중 명예졸업장이 수여돼 유씨가 그간 가난으로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주는 시간도 마련됐다.

앞서 유 씨는 백산초 인근인 부안군 백산면 평교리 외거마을에서 10대 중반이었던 지난 1954년부터 2003년까지 약 50여년간 백산면 일대에 중앙일간지를 관공서와 가정집에 배달하며 전국 각지의 소식을 전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씨는 당시 현재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집에 ‘신문지국’을 마련해 중앙지뿐만 아니라 지방지를 비가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이용하며 배달했다.

당시 신문 구독층은 관공서와 지역 유지, 마을 이장 등이 주류를 이뤘다.

이로써 유씨는 일간지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신문 등을 가까운 관공서를 먼저 배달한 후 멀리 떨어진 마을은 오후에 배달했으나 당시 TV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골지역의 신문 보급이 각 언론사가 한곳으로 통합해 이뤄지면서 독자 감소 등으로 유씨는 50여년 이상을 몸담아온 신문사 보급소 문을 지난 2003년에 닫았다.

정하영 백산고 교장은 “제가 6살 때 처음으로 신문배달 하시는 유창일 선생님을 처음으로 본 기억이 난다”고 회상한 후 “어려웠던 가정생활을 극복하고 팔순을 맞아 이렇게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한 유 선생님의 뜻을 기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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