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중 감독 청소년 인문교양서 발간
와이드릴리스 과정~결과 적나라하게 써

한국 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스크린 독과점을 고발하는 청소년 인문교양서가 출간됐다.

한기중 영화감독이 쓴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58-스크린 독과점, 축복인가? 독인가?’는 천만 관객 시대를 만든 한국영화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처절한 외침을 조명한다.

특히 한국의 스크린 독과점의 형성 과정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법으로 금하고 있는 ‘수직적 계열화’를 그대로 모방, 베껴 도입했음을 지적하며 영화 관객으로서 어떠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나타낸다.

저자는 수직적 계열화는 태생부터 위법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이는 대기업이 대자본을 앞세워 투자-배급-상영이라는 일련의 제작과 유통 경로를 움켜잡고 있는 행태이자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볼 자유를 뺏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업영화 뒤에 숨어 있는 영화의 다양성, 즉 작가주의 영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 향기를 알리고 다양한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주도적 안목을 키워나가는 것만이 한국영화의 진정한 전성기를 맞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빨리’의 전략 중 ‘더 많이’와 ‘더 빨리’의 핵심은 와이드릴리스에요.

와이드릴리스는 한마디로 말하면, ‘치고 빠지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와이드릴리스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수직적 계열화’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방법이에요.

거의 모든 영화관에 한 영화를 걸어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확 줄여 그 영화를 보게 만든 다음, 순식간에 본전을 회수한다고 해서 ‘치고 빠지’는 전략이라고 하죠.

” (내부의 적이 된 ‘공룡 제작사’의 출현 중에서)책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왜 개봉도 하지 못한 채 금세 사라져 버리는지,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가 왜 기어코 천만 관객이 보는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지, 치고 빠지기 식의 와이드릴리스(확대 개봉)가 수많은 관객들을 홀려 어떤 방식으로 극장으로 데려오는지, 과정부터 결과까지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다양성 영화 운동을 통해 영화가 소비적인 문화의 결과물이 아닌, 새로운 생각을 가진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라고 역설한다.

현직 독립영화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기중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생각을 진득하게 관철시킨다.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를 다니던 중 영화동아리 ‘필름’에 가입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가 독립 영화 집단 ‘삼분의 이’를 조직하여 다수의 단편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충무로에서 조감독과 독립영화 기획 및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현재 독립 장편영화 ‘돼지의 최후’ 후반작업 중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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