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표방하는 문화비전2030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문화정책방향과 의제가 어떻게 설정되었는지 모두가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데, 당초 계획보다 늦게 문화비전의 뚜껑이 열렸다.

지난 2017년 12월 7일 도종환문체부 장관은 기조발표를 통해 문화정책의 큰 방향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문화비전2030은 문화기본법에 기초한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가치로 설정하고, 3대 방향과 9대 의제를 도출하였다.

기조발표와 달라진 것은 8대 의제가 9대 의제로 바뀌면서 ‘성평등 문화실현’이 포함된 것이다.

이는 문화계에 확산된 ‘미투’로 인해 문화예술인이 겪는 불공정한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화비전2030 발표 현장에서는 문체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정부대표로 공식사과를 하였다.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현재의 우리 삶을 반영한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담겨있는 부분이다. 

문화비전2030의 핵심은 문화주체가 사람에 있다는 점이다. 국가, 국민보다는 사람, 개인, 사회를 중시하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 간 경쟁구도 속에서 과도한 시설과 행사 확대에 그쳤던 정책이 전환되어 사람과 문화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속적인 실현을 위한 우리의 실천적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문화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지역과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을 갖추었고,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 이상적인 문화정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중앙 중심의 정책으로만 체감되었다.

이번 발표에서도 삶과 밀착한 실질적인 문화정책, 모두가 협력하여 함께 만드는 문화정책, 지속가능한 문제해결을 위한 개방형ㆍ진행형 문화비전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인 실현방법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기본 취지에 맞게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중앙정부의 문화비전2030 발표에서 주목할 의제는 ‘지역문화분권 실현’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지역에서는 문화분권ㆍ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공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또한 광역ㆍ기초문화재단을 비롯한 문화관련 단체에서도 문화자치에 초점을 맞춰 필요성을 제안해왔다. 이제는 지역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준비해서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세밀한 준비가 되어야한다.

지역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정부발표의 주요내용은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유지ㆍ발전시키고, 지역 내 문화자치역량을 위한 기반조성과 지역주민 참여활성화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며, 중앙과 지방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라북도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첫째, 정책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법ㆍ제도를 검토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문화예술, 관광, 문화산업 등 유사한 법률이 분산되어 통합적, 체계적 정책추진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한 예로 전라북도의 조례 중 공공디자인, 공공조형물, 거리예술 관련 조례는 개별적으로 제정되어 오히려 단위사업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문화를 총괄할 수 있는 법률의 제ㆍ개정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분야별 행정-시민-전문가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축하고 지역에서 현장과 밀착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지속적인 관리ㆍ운영체계도 준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전라북도 내 문화재단, 문학관, 문화예술회관 등 각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을 마련하고 함께 협력의 기회를 다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체계적인 지역의 문화인력 양성과 활동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동안 문화인력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었지만 여전히 인력부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이다. 지역별, 단계별, 대상별로 맞춤화된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활동기반을 확장해야한다.

이제는 문화인력 배출에 맞춰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조사를 비롯해 문화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출구확대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다양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실천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과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문화자치가 실현되고, 지역의 문화권리를 찾을 수 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 문화자치를 논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팔길이 원칙’과 ‘보충성의 원리’가 더 이상 이론이 아닌 실천이 될 때 사람이 있는 문화가 완성된다. 
 
/구혜경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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