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뜯자마자 고장난 제품
개봉했으니 교환불가 발뺌
세트상품은 따로구매 안돼
3년간 소비자피해 54건 집계

전주시 평화동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두고 지난달 말쯤 두 아들을 위한 선물로 변신 로봇을 구매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제품으로 매진이 될까 봐 일찍 사둔 것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날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은 포장으로 뜯자마자 고장 난 로봇이라며 얼굴은 찌푸렸다.

로봇의 팔이 부서져 있던 것.

 화가 난 이 씨는 영수증을 들고 매장을 찾았지만 구매한 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며 개봉했기 때문에 무조건 소비자 과실이라며 교환을 거부했다.

이에 제조사에 직접 전화해 환급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아니 포장된 상태에서 제품 속까지 어떻게 확인이 가능하냐.

이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장난감 가격이 7~8만원이 넘는데 서비스는 정말 엉망이다.

완구 시장이 커진 만큼 서비스 수준 역시 개선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전주시 효자동·37) 씨도 이번 어린이날에 꾸미기를 좋아하는 딸에게는 어린이용 매니큐어 세트를, 아들에게는 자동차를 선물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내용물이 소진된 몇 가지를 추가 구매하기 위해 판매업체와 A/S센터에 문의했지만 별도 판매하지 않으니 필요하면 제품을 다시 사야 한다는 똑같은 답변을 받았다.

아이가 실수로 떨어뜨려 망가진 자동차 역시 수리를 문의하니 수리비가 무려 구매가의 절반이었다.

 김 씨는 “소모품 몇 개 때문에 완제품을 다시 사야 한다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며 “내구성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비싼 수리비 역시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완구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A/S 수준이나 판매 방식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만큼 소비자들의 피해·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A/S 방식이 제조업체의 자율로 결정되다 보니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빈번한 만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완구 관련 소비자 피해·불만 건수(2015~2017년)는 최근 3년간 총 5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접수된 건수는 총 9건으로 어린이날 이후에 집중, 지난해 동기간대비 약 2배로 파악됐다.

 하지만 상담 및 문의 건수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더 많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고가의 완구시장규모가 증가하다 보니 완구 관련 피해·불만도 급증하고 있다고 소비자정보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불만 유형은 대부분 ‘A/S 불만족 및 과도한 수리비 청구’, ‘제품 하자에 따른 교환·환불 불가’, ‘제품의 불량 및 내구성 불만족’ 등으로 해마다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세트로 구성된 상품의 경우 부속품을 별도로 구매할 수 없게 돼 있어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불만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제조·판매업체의 서비스 방식 및 제품 판매 형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방식 및 업무형태 등의 처리 의무가 업체의 자율로 이뤄짐에 따른 것으로, 이에 품질을 향상, A/S 시스템 재정비 등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정보센터 관계자는 “고가의 완구가 늘고 있지만 A/S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제조·판매업체 측에서도 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제품의 품질 및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업체 측과 문제가 완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단체에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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