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데이트 폭력범 666명
46명 숨져··· 가해자 범행동기
'이혼-결병요구 거부' 최다
트라우마 등 2차 피해 수반

최근 전북지역에서도 왜곡된 사랑이 낳은 치정 살인 범죄가 잇따라 발생되고 있어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과 성찰, 경각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남녀간의 치정문제 등 도내에서 검거된 데이트 폭력범은 666명에 이르며, 이 중 해마다 46명 가량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의자 검거현황을 보면 282명 중 5명만이 구속됐고 올해 4월까지도 92명의 피의자 중 2명만이 구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15일 전주완산경찰서는 이성 문제로 다투다 내연녀를 목졸라 살해한 A(46)씨를 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 6분께 전주시 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B(57·여)씨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사실을 털어놨고, 아내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B씨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성 문제로 말싸움을 벌이다 홧김에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별거 중인 아내와 내연남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장에서 아내의 신고로 남편 C(54)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C씨는 전날 오후 8시 53분께 덕진구 송천동 한 아파트 계단에서 아내(45)와 내연남 D(52)씨를 흉기로 찔렀지만 불행 중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1년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었던 C씨는 아내가 D씨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흉기를 들고 이들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지난 1월에는 익산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모텔에 가두고 흉기로 위협하다 베란다에 추락해 사망케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남녀간의 왜곡된 사랑으로 점철된 치정 범죄가 심각하게 발생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연인 간 폭력은 단순한 사랑싸움이 아니라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트라우마 등 2차 피해가 수반될 수 있어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더 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며 “연인 간 폭력행위에 대해 구속수사는 물론 피해자를 괴롭히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사법조치 하는 등 엄정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4월 공개한 ‘2017년 분노의 게이지-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미수를 포함하면 188명에 이른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피해 연령층은 40대가 24%로 가장 높았고 50대 20%, 20대 18%, 30대 17% 순이다.

특히 데이트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인범죄의 연령대별 피해여성의 수는 20대와 40대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1명, 50대 17명, 10대 6명, 60대 3명으로 집계됐다.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실제 40~5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발생했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의 범행동기로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만남 요구를 거부해서(66명)’가 가장 많았다.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43명)’,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서(24명)’, ‘자신을 무시해서(16명)’, ‘성관계를 거부해서(3명)’ 등의 순이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정불화’ 또는 ‘치정’의 문제로, 특정 개인의 불운이나 일탈의 문제로 손쉽게 해석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점철된 피해자 비난의 범행동기를 그대로 받아 써왔다”면서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근절키 위해서는 폭력을 가능케 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주목하고, 이러한 폭력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기인한다는 핵심에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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