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큰 과제 중 하나는 수만 년 동안 방사능을 지니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선의 방법은 깊고도 단단한 바위 속에 영구적으로 매장하는 것이다.

해당 중앙부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최종부지 선정을 위해 전국을 대상으로  공론화를 또다시 준비 중에 있다.

참고로 정부는 핵심기술을 가진 선진국에서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핵 재처리 연구의 성공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준위핵폐기물’을 ‘사용후핵연료’라 지칭하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 재공론화가 정상적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중간처분장이 2035년, 최종처분장은 2053년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한빛원전과 고리원전의 저장수조 내 핵폐기물은 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엇박자에 해당하는 15년 내지 30여년 동안 원전 부지 내 임시 건식저장하는 방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로 원전 주변지역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소 내 핵폐기물 저장 수조를 비우지 않는다면 원전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블랙아웃 사태가 초래된다고 주장한다. 임시 건식저장시설이 안전하다는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핵폐기물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식혀주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부지 내 특히 원자로에 가까이 두는 것 자체가 지역주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또한 임시 건식저장은 최종 처분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영구처분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소재지에서는 임시 건식저장시설 구축에 반대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원전 발전 중단으로 인한 지원금 축소를 염려하고 있다. 또한 핵폐기물 보관에 따른 지역자원시설세 별도 부과를 위해 개정 법률안들을 국회에 발의해 놓은 상태다.

중앙부처는 최종부지 선정 재공론화에 앞서 원전 소재지 위주의 준비단을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임시 건식저장시설 구축 여부와 재공론화 방향 등을 결정토록 할 계획으로 추진 중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단 구성에 있어 피해당사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전북, 특히  고창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서는 환경평등권을 보장하고 있고 「원자력안전법」에서도 관계시설을 구축할 경우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중앙부처는 제외한 이유에 대해 건식저장시설은 안전하게 관리됨으로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원전은 잘 관리되고 있으므로 안전하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가 나태하거나 비상식을 상식이라고 당연시 할 때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고창군은 주민 안전 자치권 확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여러차례 방문하였고, 공론화 준비단 구성에 있어 고창주민을 포함하여 줄 것을 정식 공문으로 요청한 상태다.

이번 재공론화는 박근혜 정부시절 실시했던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되었다. 준비단 구성에서부터 모순(矛盾)이 아닌 정도(正道)를 걸음으로써 부지 선정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민중 고창군 재난안전과 원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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