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소송 대 원칙을 전제로 해 수사 및 재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범죄사건에 대해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은 유죄의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죄라는 심증’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로 인해, 피의자는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피의자 역시 변호인을 선임함으로써 법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는 있으나, 피의자의 변호인은 직접 알리바이가 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한,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해 피의자에게 유리한 수사 내지 증거 수집을 촉구하는 정도 이상의 특별한 변론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에만 무게를 둔 수사가 이뤄지기 쉽고, 비공개로 이뤄지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는 추가적인 조사 내지 증거 수집을 촉구해도 결국 별다른 추가수사 없이 기소가 됐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변호인은 무기력감을 느끼며, 억울해하는 피의자 또한 수사기관에 제대로 된 항변을 하지 못한 채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반발심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만 커져간다.

최근 이와 관련, 제주지검에서는 윤웅걸 검사장의 지시로 ‘변론실’을 두고 수사 과정에서 ‘변론기일’을 열어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억울함을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과는 별도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적극적인 진술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변호인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검사장이나 차장검사 등 고위 검찰 간부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전관 내지 동기 등 친분이 있는 변호사가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추세였다.

하지만 제주지검에서는 피의자의 변호인이라면 경력이나 기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고위 검찰 간부와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피의자 변호의 기회에 차등이 없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피의자 측의 항변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욱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법조계의 해묵은 ‘전관예우’와 ‘검찰의 폐쇄성’ 두 문제점까지 한 번에 개선할 수 있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변론실’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변론의 기회를 얻은 피의자, 그리고 검찰 고위간부와의 면담기회를 부여받은 변호인의 수사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검찰개혁’이라는 국민들의 소망이 더욱 커졌지만, 이렇다 할 변화 없이 국민들의 신뢰가 매우 저조한 지금의 상황에서, 제주지검의 위와 같은 시도는 상대적으로 작은 노력으로 국민들의 큰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제도가 전국으로 시행이 확대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조금이나마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웅주 변호사(변호사 최정원‧장웅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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