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량 시인 '민들레 홀씨 날리듯' 시조집
발표작 모아 180여편 담아 겸손-축복 등 6부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며 정순량 시인이 열 두 번째 시조집 ‘민들레 홀씨 날리듯’(도서출판 BM)을 펴냈다.

우리민족 정서를 유감없이 담아낸 시조집 안에는 시인이 일상생활 중에 얻어졌던 모티브에 상상력을 보태 완성된 작품들이 담겨있다.

삶의 궤적을 시어로 풀어낸 시인은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신앙시조 발표에 힘을 쏟아 부었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 지상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180여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연작시조보다는 단시조가 비중 있게 차지하며 내용이 비슷한 작품을 묶어 ‘겸손’, ‘축복’, ‘행복하십니까’, ‘환절기’, ‘그림자’, ‘풍경사진’등 총 6부로 갈래를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 번 다녀가라는 스승님 전갈 받고도/몸이 성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국화 꽃 한송이 올리니 미어지는 가슴이여,//다방과 식당에서 매주 뵙던 습작시절/작품에 밑줄 그으며 엄히 가르치시던/그 사랑 가히 없어라 이승에서 뵐 길 없네//예 저기 거처 옮기며 서울에 사실 적엔/녹음기 앞에 두고 몇 밤을 담소 나누던/이제는 유품이 되었네.

테이프에 남긴 말씀//상주가 알아보고 두 손 마주 잡으니/더더욱 민망하여 울컥 치미는 슬픔/생전에 찾아뵙지 못한 못난 제자 웁니다”(‘국화 한송이 올리며’ 전문) 백수 정완영 사백의 영전에 국화를 올리며 떠오른 정감을 시로 쓴 ‘국화 한송이 올리며’는 작품을 가르치던 선생에 대한 생각과 살아계실 때 찾아뵙지 못한 마음 속 아픔, 이제는 살아서 뵙지 못한다는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시인은 찰나의 순간, 아주 단편적인 상황까지도 그림으로 그리듯이 작품화한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향수가 잔잔한 그리움의 색채를 띠고 등장하는 위의 시적 상황도 매우 짧지만, 안에는 선생과의 추억까지 담아내며 풍성한 하나의 이야기로 변모했다.

또 감정적 여운의 폭도 결코 얕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동안은 모든 자연과 사람과 사회와 사물들을 사랑하고 노래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내며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정 시인은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각광받지는 못할지라도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며 “작품을 읽으면서 어렴풋이나마 작품의 배경을 그림으로 연상할 수 있고, 행간에서 들려오는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며 다행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영교 시인은 작품평설을 통해 “정순량 시인의 작품 속에는 독자들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음석을 찾아내어 들을 수 있게 한다”며 “성경말씀에 얻어진 시적 이미지를 접목시켜 구상하고 퇴고와 번민을 함께 하면서 자잘한 삶의 여유를 작품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시인은 주위 자연 속에서도 하나님을 발견하여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임을 표출한 이번 작품들은 정 시인에게 있어서 살아있는 영혼의 꽃이다”고 말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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