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혜안-서점 카프카
잘익은 언어들-에이커 북스 등
개인취향 중시하는 사회풍토
독립서점 출현 작용 이뤄내
돈벌이 아닌 문화보급 초점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장악한 도서출판 시장에 다양한 시선으로 책을 선별해 판매하는 동네책방이 늘어났다. 이들은 기존 출판 유통과 질서를 거부하고 소자본과 독립출판물을 선보인다. 그렇다면 왜 독립서점이 주목받기 시작했을까. 그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부모세대가 경제적으로 성공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워라밸(work life balance), 욜로(YOLO), 소확행 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독립서점의 출현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독립출판물을 알리고 싶어서 에이커 잡지를 만들었고, 서점까지 운영하게 됐어요.” 전북대에 자리 잡은 에이커 북스토어의 대표는 기성출판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이 주는 새로움에 반해 독립 서점을 운영하게 된 케이스다. “기존에 출판된 책은 형식도 정해져있고 오탈자도 없이 아주 말끔한 형태로 세상에 나오죠. 독립 출판물은 달라요. 오탈자도 있을 수 있고, 아주 시시한 이야기가 책이 될 때도 있죠. 하지만 이 역시 책입니다. 독립 출판물은 책이 가진 고유의 형식에서 벗어나 날 것 그대로의 모습,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출간 하는 게 매력이죠. 그리고 이게 동네 책방이 기존의 서점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2014년 서학동 예술마을에 문을 연 ‘조지오웰의 혜안’의 조정란 대표 역시 비슷한 이유로 책방을 시작했다. “프랑스에 살았을 때 유럽에 있는 동네 책방을 경험하고 자세히 관찰했어요. 역사를 간직하고 숭고한 가치를 지키고 있는 서점들이 지역사회에 문화적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돌아오면 꼭 책방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죠.”  

최근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의 생산과 소비까지 확장하며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객의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독립 서점의 컨셉트는 독자의 발길을 이끈다. 

“애초에 돈을 위해 만든 서점은 아니었어요. 돈 보다는 문화 조력자, 동네 사랑방으로써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길 바라고 시작했죠. 그래서 비정기적이지만 북 콘서트나 대담회 같은 행사를 통해 꾸준히 문화로써 공감하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조지 오웰의 혜안)

그러나 이러한 시도 뒤에는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이 함께 숨어 있다. 완산경찰서 근처에 위치한 서점 ‘카프카’는 카페로 문을 열어 1년 전부터 책을 팔기 시작했다. 책이 좋고, 책을 파는 일이 더없이 좋아 시, 소설책들을 들여왔고, 현재는 에세이까지 영역을 넓혔다. 문학전문서점인 이곳은 서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 읽기, 서평쓰기, 단편소설 쓰기, 헌책 프리마켓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행사들이 빼곡한 만큼 서점을 찾는 이들도 많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소문난 사랑방이자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판을 벌이는 일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상 문화 행사를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행사를 하게 되는 거죠. 특히 전주는 책을 사는 사람이 적어요.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행사를 늘 겸해야만 책방을 유지할 수 있죠.”(서점 카프카)

독립서점의 주인들은 독립서점을 낭만적인 공간으로만 남겨두기에는 운영난 뿐 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책을 좋아해서 시작해도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송천동에 자리한 ‘잘 익은 언어들’의 이지선 대표는 “책방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문을 열게 됐지만, 사실 책방 운영이 낭만적 밥벌이는 아니다.”고 말한다. “엄연한 노동이고, 운영에 대한 고민들도 수두룩하죠.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힘도 들어요.” 

그럼에도 계속 책방을 운영해나가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책방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아지고 인연이 쌓이는 게 좋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책방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네 어르신, 청년, 어린 친구들이 책방에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를 얻고 돌아가요. 그리고 저 역시 그들을 통해 힘을 얻죠.”(잘 익은 언어들)

“재정적으로 힘들지만 독자들은 이곳에서 문화적으로 에너지를 얻고 저는 그런 독자들에게 다시 에너지를 받아요. 일종의 관성의 법칙 같은 느낌이에요. 사실 돈벌이가 넉넉하지 않아 이후에도 운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고, 재밌기 때문에 계속 하고 싶어요”(에어커 북스토어)

돈이 궁핍하지만 그럼에도 좋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서점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이야기도 돌아왔다. 조금 더 거시적인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폭넓게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이커 북스토어의 대표는 “독립서점 열풍은 저변이 확대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만간 없어지는 서점들도 꽤 생겨날 것 같아요. 왜냐면 2년 단위로 임대를 계약하고 있거든요. 운영이 어려우니 책방을 접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서점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딱 이정도 사이즈로 없어졌다 생겨났다가를 반복할 것 같아요”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재미와 즐거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먼저라는 에이커북스 대표는 “서점 창업에 뛰어드는 건 각자의 선택이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해요. 단순히 책방 주인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지 않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인다. 

결국 독립서점 열풍은 획일화 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 위에 피어난 현상이며 독립서점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획일화 된 삶으로부터 독립하고자하는 이들의 도전이 계속되어야 한다. 독립서점은 서점 그 자체에만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이상향이 담겨 있다. 독립서점 주인들이 그리는 각자의 미래는 무엇일까?

“적어도 5년 정도는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송천동 주민들이 오다가다 언제든지 들어와서 수다 떨고, 물도 한잔 마시는 문턱 낮은 동네책방, 사랑방이 되고 싶습니다.”(잘 익은 언어들)

“운영의 어려움이 있지만, 전주 동네책방이 계속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책과 동네책방이 많을수록 도시가 지닌 고유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서점을 운영하고 다양한 활동을 지속할 것입니다”(조지오웰의 혜안)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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