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교수 신간
사회적연결망 기대수명 연구사례등 소개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개인의 몸에 사회가 어떻게 투영되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그 대답으로 먼저 의료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분명 있고,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고 말이다. 특히 몸에 새겨진 사회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고 연구하는 ‘사회역학적’ 학문을 통해 다양한 견해들을 기술한다. 

“그렇다면 누가 그 폭염에 취약할까요? (…)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납니다. 바로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던 것입니다. (…)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 수 없었는지, 왜 누군가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합니다. 개인적 수준의 원인을 지적할 뿐, 그 원인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은 조사하지 않거나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것은 어떠한 정치·경제적인 힘들이 특정 개인을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러한 사회구조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답입니다.”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중에서)

소방공무원, 쌍용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등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는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해서 묻는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사례 등 수많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요목조목 살펴 볼 수 있다. 

저자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혼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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