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반대 이겨내고 공부
호남산조살풀이-태평무
김정숙-이길주교수 지도
인생 기본바탕으로 펼쳐내

“정말 기쁘다.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이런 상을 받게 되니 행운아로 여겨진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배승현 수석은 지난 27일 서울 상명아트센터 대신홀에서 열린 제16회 전국국악대전에 전통무용부문에 출전해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대통령상을 마음에 두고 출전한 첫 대회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수많은 무대 활동을 하면서도 마음 한 쪽엔 항상 대통령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충분히 알기에 섣불리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다. 이번 대회 출전도 많은 고민을 했다. ‘뜻밖의 결과’라 겸손해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쌓은 기량의 결과다. 대통령상이 호명되자 그동안 겪었던 힘든 과정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도 있다.

부안 출생이지만 어린 시절은 군산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 몸이 유연해 무용 선생의 권유로 시작했다.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도 무용을 했던 터라 그 유전자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춤을 춘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어 반대를 했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군산에서 활동하는 김정숙 선생에게 춤의 기본을 탄탄하게 익혔다. 고등학교 재학 중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원광대학교 무용과를 장학생으로 다니기도 했다. 당시 이길주 교수(현 전북도 무형문화재)에게 호남산조살풀이춤을 배웠고, 이외에 태평무나 창작무용을 익히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99년에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에 입단을 했고, 5년 전부터 이길주 명무를 찾아 전통춤에 대한 깊이와 연륜을 쌓아갔다. 무용단 생활과 병행하는 게 여간 힘들 일이 아니지만 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그의 발걸음을 시간이 갈수록 더욱 바빠졌다.

국악원 무용단은 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과 소통이 끊임없이 진행됐던 것도 어찌 보면 무용단에서 활동했던 결과다. 남편인 김건형 대금연주자도 이곳에서 만난 것도 행운이다.

“돌이켜보면 국악원에 근무하지 않았다면 중도하차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힘들지만 항상 도전하는 생활도 국악원이란 배경이 있어 가능했다.”

보다 많은 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 장르의 춤을 섭렵해야 하고 하면 할수록 몸이 다져지는 느낌도 받게 된다. 전통이란 큰 뿌리 밑에 마치 하나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안에 내재된 여러 호흡, 다양한 동작 등을 익히는 것도 무용단의 매력으로 통한다.

30여 년 넘게 춤을 춰 왔다. 그럼에도 ‘햇병아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단순히 몸으로 테크닉 표현이 무용의 전부인 것으로 안 젊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한국무용이다. 그 안엔 춤꾼의 인생이 기본바탕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농익은 춤사위가 표현될 수 없다.

30년 동안 그 기본바탕만 닦은 셈이다. 이제야 발걸음을 디뎠기 때문에 더 큰 발걸음을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뤘던 개인발표회도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욕심이 많아 개인발표회를 계속 미뤄왔다. 이제는 준비를 할 때가 됐다. 이제야 어린 발걸음을 뗐기 때문에 더 큰 발걸음을 디딜 예정이다. 춤을 추면서 행복한 나 자신을 찾을 예정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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