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가 열악한 신약개발과 부족한 약사 인력 수급을 위해 노력중인 약학대학 신설 추진에 큰 탄력을 불어 넣어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약사인력 부족사태에 대비해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됐던 약학대학 계약학과(약학 관련 기업이 약대가 있는 대학과 계약학과 설치 협약을 체결한 뒤 해당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약대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제도)운영이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유성엽의원(민주평화당)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계약학과가 설치된 전국 14개 대학의 올해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교육부가 14개 대학에 배정한 계약학과 정원은 100명이었으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 77명만 채워진 상태다.

지원자도 해마다 급감해 지난 2015년 5명, 2016년 1명, 2017년 4명이 지원해 명맥을 잇다가 올해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약학 관련 기업과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치 못한 졸속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약학 관련 기업의 입장에선 재직 직원에게 4년 간 학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비해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 자격을 취득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학생입장에서도 기업으로부터 4년간 비용을 지원을 받아 약사가 되면 그 댓가로 해당 기업에 3~5년 정도 의무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진로 개발 등으로 계약학과를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도는 오는 2020년부터 7,000여명 정도의 약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수요분석에 따라 신약개발과 보건의료 현장에 필요한 약사 수급을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 계약학과의 부실 운영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유성엽, 김광수, 양승조 의원이 공동 주최한‘4차 산업혁명시대 신약개발 인재양성 포럼’에서는 약대 계약학과 운영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제기됐다.

당시 유성엽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자료를 근거로 기존 계약학과 운영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77명의 정원을 약대가 없는 대학에 약대 신설 정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전북대와 제주대만 전국 국립대 중 약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 대학은 그간 약대 유치가 숙원사업 중 하나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북대는 이남호 총장 취임 직후 약학대학 유치 추진단을 구성한 뒤 ‘신약개발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약대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에는 제주대·동아대와 ‘약학대학 유치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노력을 도모키로 약속했다.

당시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신약개발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농생명 수도인 전북의 인프라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약학대학 유치는 대학뿐 아니라 지역의 숙원”이라며 “반드시 약대를 유치해 천연 농산물 신약개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환자 유치 등 보건의료 환경이 변화하고 의료산업 역시 신약개발 등으로 확장되면서 약사 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현재 총 1,700명인 전국 약대의 입학정원 확충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데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약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약대 신설문제는 부처 떠넘기기로 일관하며, 뒷짐을 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측은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 전환은 교육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교육부마저 보건복지부가 약사 인력 증원 필요성에 따라 약대 증원인원을 통보하면 심사를 거쳐 약대 신설이 이뤄진다며 책임전가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일각에선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 배경 뒤엔 실상 약사 증원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약사회’의 입김이 각 부처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앞으로 약사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진단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약사 양성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현재 수년 째 지원자조차 없는 약대 계약학과의 정원을 약학대학이 설치돼 있지 않은 대학에 약대신설을 위한 정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적극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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