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단축 공사 차질 불가피 근로자 임금 감소 전전긍긍
업체, 연장수당-추가 인건비-2022년 공공공사 부담 증가

포괄임금제 폐지 시급제 기준 전문업계-노동계 입장차
시급제 전환시 임금 책정 관건 기본급 기준시 수당 삭감
건설근로자 사회보험료 요율 3.12% 인상 추가 대책 필요

건설업 계절-기상영향 근로일수 편차 커 지연작업 보완 처리
근로시간 단축 건설업 적합하지 않다 응답 76% 업종별 적용을

건설업계가 7월 시행을 예고했던 각종 노동관련 법·제도에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당·정·청이 뒤늦게 노동시간 단축 처벌을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와 사회보험 적용대상 확대, 포괄임금제 폐지, 적정임금제 시범도입 등의 법·제도 시행이 전문건설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개정이 확정됐거나 예정된 노동 관련 굵직한 법·제도만 꼽아도 부지기수다.

전북지역 건설업체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장 찾아올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파급력과 대처방법에 고민하고 있다.

당장의 소나기는 피해갔지만 향후 건설업계에 불어 닥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개정과 개정이 예정된 주요 법·제도의 의미와 실상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52시간 근무·적정임금제 시범도입 ‘갈등’  

법·제도 개정에 대한 파급력은 과히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전문건설업체 등 건설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처벌을 연말까지 유예했다고 하지만 남은 문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해당되는 업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300인 이상 대형건설업체가 거의 없는 전북지역의 경우 당장은 대처방안 마련에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최저임금조차 맞추기 힘든 원청 업체가 많은 것이 현실이어서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일선 현장 전문건설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제도들이 한꺼번에 개정되거나 개정될 예정이어서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단축 된다면 현장에서 적정공기가 확보되지 않아 공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일일 근로자를 제외한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감소로 임금이 감소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업체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명운과 일선 현장에서의 적용여부, 대처법 등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한데다 전문가들마저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해 업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기준도 문제다.

기준이 너무 추상적인데다 직종이나 직군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노·사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건설업체를 비롯한 기업들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환영하면서도 업무강도 강화, 수당 삭감 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건설업체는 노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선 적정 공사비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노무비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노무비 증가를 우려하는 정책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적정임금제다.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연장수당과 추가로 필요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2022년 공공공사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한 적정임금제도 노무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적정임금제 역시 노무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공공발주 공사비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노무비를 별도 책정하는데 반해 발주 비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건설업체는 다른 곳에서 공사비용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낙찰률은 낮은데 노무비까지 늘어나면 적게 받고 많이 주는 구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적정공사비로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건설업체들의 무조건적인 적정공사비 증가 요구는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적정임금제로 늘어나는 만큼은 공공발주 공사비에 반영해 줄 것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영향까지 반영해서 공공 공사비를 늘리라는 것은 건설사들의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공기가 짧은 철근콘크리트 공종에서 노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종별 특성에 맞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사회보험료 적용 확대 문제  

전문건설업계가 현장 근로자의 임금체계 개편을 고심하고 있다.

조만간 정부가 포괄임금제의 사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도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곤란한 경우 기본급 이외에 주휴수당과 휴일수당, 연차수당 등을 미리 반영해 급여를 주는 방식이다.

포괄임금제 폐지로 시급제를 기본으로 하는 임금체계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시급제 기준을 두고 전문업계와 노동계가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수당 항목에 연차수당은 넣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하는 근로자에게 연차 수당을 제외한 휴일 등 나머지 수당을 몰아서 주는 경우라면 포괄임금제는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를 대체할 임금 수단으로 시급제가 떠오르고 있다.

시급제는 말 그대로 시간급을 기준으로 하루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노동계도 시급제 전환 자체는 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포괄임금제 폐지 기준이다.

기존 포괄임금제에서 하루 일당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해 계산된다.

포괄임금제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일하는 건설근로자의 일당이 10만원이면 기본급은 7만원이다.

나머지 3만원은 주휴수당과 휴일수당 등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시급제로 전환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을 총 임금인 10만원으로 할지 기본급인 7만원으로 할 지가 관건이다.

노동계와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전문건설업계는 기본급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시급제에서는 휴일수당 등이 따로 제공되는 것이라며 시급제로 전환되면 당연히 수당을 뺀 기본급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사실상 임금 삭감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공사원가에 반영되는 건설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요율도 인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의 요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사회보험의 보험료 적용기준’의 행정예고를 마쳤다.

주요 내용은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산출내역서(하도급금액산출내역서 포함)에 명시된 연금보험의 보험료 요율을 기존 2.49%에서 4.5%로, 건강보험 요율은 1.70%에서 3.12%로 상향했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계에선 이번 개정을 반기면서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는 보험료를 공사입찰에 포함하되 낙찰률과 연동하지 않기 때문에 순공사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공사입찰시 보험료를 제외하고 공사비만 입찰에 부쳐야 순공사비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사회보험료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전문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보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건설업 특성 감안해야  

지난 2월 28일 현행 68시간까지 허용한 최대 법정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평일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을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을 포함 12시간으로 한정했다.

결국 최대 법정근로시간을 현행법 대비 16시간(23%) 줄이는 방안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당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건설업도 업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 과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먼저 건설업은 수주 산업이다 보니 ‘선 판매·후 생산’의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수주된 사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무비 증가 등 생산비 상승 요인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일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건설업이 옥외 사업으로 계절·기상적 요인에 의해 근로시간과 근로일수의 편차가 크고 지연된 작업은 추후 집중적으로 보완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건설업은 동일 현장에 다양한 공종과 규모가 다른 여러 사업체의 계약을 통해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일 현장에서 근로시간이 달라질 경우 혼란과 효율성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7개 건설공사 현장의 공사원가 계산서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영향분석 결과 총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노무비는 평균 8.9%(최대 25.7%), 간접노무비는 평균 12.3%(최대 35.0%)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근로시간 단축은 관리자 충원으로 인한 간접노무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만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의 76.1%가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은 ‘공사 기간 및 공사비 증가’, ‘공사비 증가에 의한 경영 상태 악화’ 등의 문제점을 야기할 것으로 응답했다.

법정근로시간 단축도 일본의 경우처럼 업종별 특성에 맞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경우 법정근로시간 단축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

둘째는 향후 발주되는 신규 공사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고려해 적정공사비와 공사 기간 산출이 필요하고 셋째는 사업 기간 혹은 1년 단위의 탄력근로제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기업 규모가 아닌 공사 금액을 기준으로 한 사업 현장별 적용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건설업 숙련인력 확보를 위한 산•학•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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