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부 정책은 통계에서 시작된다. 통계가 올바르고 정확해야 올바른 정책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은 통계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이같이 지적했다.

통계는 현실 진단이자 문제해결의 중요한 열쇠다.

병을 제대로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전이 나온다.

정확하고 정밀한 통계를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전망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는 현실진단과 미래 전망을 오도해 필연적으로 정책 실패를 낳는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할 국가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농업통계로 눈을 돌려보자.

나는 대한민국 농업통계의 객관성과 정확성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문제가 산적해 있다.


#1.김치통계를 보자.

김치 생산규모나 소비량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정확하지 않다.

농식품부는 최근 제2차 김치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국내 김치시장 규모를 자가 제조를 포함해 2조 5,770억원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등을 토대로 김치 시장 규모를 산출한다.

5인 이상 업체만이 통계 대상이다.

전국의 950여개 김치업체 중 약 200개가 5인 미만이기 때문에 농식품부 발표 통계는 실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량 통계도 신뢰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농식품부는 쌀 소비량 감소 및 식문화 다양화 등으로 김치 소비량이 해마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김치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김치 소비량은 2014년 156만 5,000t, 2015년 167만 6,000t, 2016년 173만 6,000t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통계의 혼선은 진작부터 예견됐다.

농식품부는 2014년까지 자체 예산으로 ‘김치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2015년부터 중단했다.

그 대신 세계김치연구소가 김치업체, 소비자, 중간 유통업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김치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연구소가 발간하는 김치 통계에 대한 정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경남지역 농민단체와 농민들은 지난달 정부의 허술한 농업통계에 대해 해명하고 양파 마늘의 안정적 수급 조절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계청과 농식품부가 열흘 간격으로 발표한 마늘과 양파 재배면적 조사 내용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

통계청은 지난 4월27일 2018년 마늘·양파 재배면적을 발표하면서 양파는 전년 대비 35.2%, 마늘은 14% 각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농림부는 지난 4월17일 보도자료에서 양파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18.3%, 마늘은 전년 대비 6% 재배면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배 이상의 통계 차이다.


#3. 농업통계의 낯 뜨거운 현실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김치산업진흥법’까지 제정한 농식품부다.

이같은 부실한 통계로는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수급조절에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켰지만 농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술하고 비과학적인 농업통계가 농정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고장 난 나침반으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나침반에 해당하는 통계부터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위원장 김종회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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