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아침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속상한 일이 있느냐고

화가 났느냐고

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발끝만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해님도 보기 싫은지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시작 노트 ■  

별이 하나 둘 돋는 초저녁이었다.

한 여자 아이가 대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대문 옆에 선 해바라기기가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꾸만 골목을 내다보는 여자아이의 치마에는 작은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었다.

해바라기는 자꾸만 키를 낮춰 여자아이 어깨에 나란히 서 있었다.

여자아이는 두 귀를 크게 열어놓고 아빠의 발자국 소리를 담는 것이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