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라도 정년 천년을 맞아 그 중심엔 전주가 있다.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전통문화가 활기찬 전주이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 주말 전주 서학동에서 뜻깊은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전주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주 바로 알기’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는 서학동에 위치한 관성묘를 시작으로 남고산성, 정몽주 암각서, 남고사, 삼경사, 충경사, 초록바위 등을 돌아보는 문화답사였다.

이곳은 과거 후백제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역사 한 단면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전주 시민 및 청소년 1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서학동 관성묘, 남고사, 남고모종, 포은 정몽주의 암각서, 전라관찰사 이서구의 암각서, 남고사진사적비, 충경공 이정란 장군 사당, 초록바위 등을 탐방하면서 선조들의 삶의 흔적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남고산성과 관성묘, 충경공 이정란 장군 사당 등을 돌아보면서 임진왜란 당시 전주 부성과 전주사고를 지켜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기까지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또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장이자 동학농민혁명 김개남 장군의 마지막 숨을 거둔 초록바위에서는 전라감영을 통해 민관협치를 이뤄내고 전라도 정신의 뿌리임을 알게 됐고,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는 훗날 소중한 성지로서 시민들 곁에 있음을 깨닫는 기회가 됐다.

한 참가자는 “전주 서학동에 살면서 선조들의 삶의 흔적과 역사 문화 콘텐츠가 이렇게 있는 줄 몰랐다”며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주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역사적 사실을 넘어 지극히 상식으로 통할 수 있지만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어디 서학동 뿐이겠는가. 바로 인근 승암산을 오르면 견훤왕궁터를 비롯해 동고사, 치명자산 성지 등을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남부시장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풍남문과 전라감영도 우리 곁에 있다. 전주를 지키는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풍남문과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전라감영은 전주만의 자랑거리다. 과거 조선의 문화와 역사가 전주를 중심으로 흐른 증거로, 이제는 사라져버린 완판본의 명맥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이렇듯 지척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숨겨진 내용을 아는 이를 만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라 할 정도로 어렵다.

도심 속에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여유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고 동시에 조상들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들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문화협회는 최근 ‘학동네 이야기’란 교재를 발간하기도 했다. 서학동에 분포한 역사적 장소를 사진과 글을 수록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책이라 하기엔 미흡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훗날 큰 결실을 이끌 밀알이 될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주는 우리 삶의 텃밭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의 아이콘이다.

전주를 중심으로 세계의 다양한 음악들이 선보이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진행이 되고 있으며, 전주를 중심으로 세계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전죽국제영화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또 전주의 자랑거리인 전주한지를 되새기는 전주한지문화축제, 음식의 고장임을 알리는 전주비빔밥축제 그리고 소리의 고장임을 각인시키는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주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축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콘텐츠가 많다는 뜻이다.

전주를 바로 알고 전주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와 다양한 역사적 장소들이 분포하고 있지만 반면 우리는 전주를 바로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전주를 바로 알기는 일부 단체와 특수한 사람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주민등록증에 주소지가 전주시로 등록된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전주를 바로 알고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보자.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임을 밝히고 싶다.
 
/한중문화협회 박영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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