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골드' 한유지 작가 장편소설 신작
70년대 발행된 1억원의 국채 채권의 비밀
역사적 팩트 기반 강렬한 필력-스릴 가득

“세상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알려져야만 하는 비밀과 절대로 알려질 수 없는 비밀.”

2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일본이 한반도에 금괴를 숨겨 놓았다면? 작가의 파격적 상상이 구현된 ‘블랙골드(신아출판사)’는 금괴의 행방을 추적하는 스토리 전개로 내러티브 자체가 이채롭다.

90년대 후반 이야기의 소재를 얻은 한유지 작가는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의심 반, 신뢰 반이었다.

그리고 15년이 훌쩍 지난 후, 2014년 ‘창’과 관련된 사기사건 기사를 접하고 비소로 소설로 탄생하게 됐다.

이야기는 금괴에 관한 역사적 팩트에서 출발하지만 작가가 실제 다루고자 했던 건 금괴가 아닌 ‘채권’이다.

70년 전 발행한 1억 원의 국채가 10%의 복리이자라고 계산하면 현재 가치는 어떻게 될까? 원금은 1억 원이지만 약 8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한 것이다.

역사적 팩트를 기반으로 금괴 속 채권의 비밀을 스릴 넘치게 풀어내며 구축해낸 이야기의 세계도 전혀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사건의 발단부터 극단을 배제한다.

평범한 두 사람이 어느 날 드론을 날린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그 드론이 미군 기지를 촬영하다가 추락해 버리는 사고를 일으킨다.

이야기의 전개는 갑작스럽게 바뀌게 된다.

여기서부터 평범한 두 사람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평범한 일상이 뒤틀리면서 빚어지는 의문의 사건과 인물들의 조우, 언뜻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지만 ‘블랙골드’는 이 모든 조합 속에 극을 추적할만한 엄청난 ‘비밀’까지 덧대고 있다.

흡입력 강한 필력과 강렬한 메시지, 풀어야 할 두 가지의 비밀 등 이야기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스릴러가 주는 서스펜스도 놓지 않고 독자들을 끌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전작 ‘살인자와의 대화’에서 고어스릴러 소설로 극명하고 기이한 세계를 만들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감 있는 사건과 역사성이 배태되어 생생한 실재성을 표현한다.

궁금하면 알아야 하고, 막히면 뚫어야 하는 한유지 작가는 중학교 시절에는 컴퓨터에 빠져 살았고, 청년기에 접어들어서는 높은 산과 절벽들에 도전하며 살았다.

이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서 긴 시간 글의 현장에서 열 편의 장편소설과 열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듯 삶도 나눔과 소통의 길 위에 서 있음을 깨달은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현장이 그에게는 소설의 세계인 것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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