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좌절 속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
고통-안도-삶-죽음의 의미 되짚어
강한것은 부드러움 독특한 작법 표현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이제/흐르는 눈물을 단호하게 닦는다//그와 나도 어느 순간/겹겹이 매운 맘을 품고 있다//카페에도 밴드에도/곳곳에 쓰이는 양파처럼/웃고 있는 매운 맛//맛있는 외식들은 대개 짜고 매워/삼삼한 맛집은 없다//눈물로 화해하는 양파를 포기할 수 없어/오늘도 조리대 앞에서/매운 그녀와 실랑이한다//내게 매운 말을 쏘아대도/어느 결에 단맛으로 한 몸이 되는”(‘양파’ 전문) 박갑순 시인이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등대지기)’를 펴냈다.

시집은 시인 자신에게 보내는 의도적인 메시지다.

슬픔에 지치고 지쳐 이제부터는 슬픔을 슬픔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공연한 선포를 한 셈이다.

아픔과 좌절 속에서 의연하고 결연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행간에 담아낸다.

또, 박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을 대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부드러움이며,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독특한 작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취제보다 독한 집중력으로 시에 몰입한 뜨거운 호흡이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싸늘한 수술대에 누운 몸/내 의식을 잠재우고/쓰윽 내 몸을 파고든 단호하고 따스한 칼날/쉰 살에 암 덩이가 공격한 내 장기 일부는/그렇게 분리되었다//목숨을 살린/그 흔적이 배꼽 위에 가느다란 꽃으로 굳었다/자르기 전에/수없이 망설인 흔적이다//칼의 결단이 아니었다면/멈추었을 호흡/슬픔이 재발할 때마다/단호한 칼의 흔적을 쓰다듬는다”(‘칼의 흔적’ 전문) ‘칼의 흔적’은 과거의 사건을 되짚으며 침잠된 상처를 확인한다.

구체적인 증거물은 복부에 흉터로 남아있다.

시인이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고스란히 시어와 행간, 시의 분위기로 드러난다.

고통의 시간과 안도의 시간이라는 두 가지의 감정을 느끼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한 번쯤 되짚어보게 한다.

시는 상처를 잘라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강렬한 경험과 꿋꿋한 삶의 의지로 ‘존재했던 과거와 존재하는 현재’에서 잃었던 것과 얻었던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마경덕 시인은 “현실의 모순과 맞서면서도 본연의 결기를 잊지 않는 박갑순 시인은 삶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파장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며 “시인이 작품 속에 텍스트로 차용한 이미지는 ‘부드러움 속의 완강함’이다. 곳곳에 누적된 ‘삶의 무늬’는 붉은 빛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전북 부안 출생으로 1998년 ‘자유문학’에서 시로, 2004년 ‘수필과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광명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부안문인협회, 수필과 비평 작가회의, 한국편지가족 회원, 순수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간 ‘소년문학’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글다듬이집’ 주인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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