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했다가 '훅' 간다···
'욱' 했다가 '훅' 간다···
  • 정병창
  • 승인 2018.06.28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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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유흥주점 방화사건
외상값 시비 분노 조절 못해
김제서 '차 경적 시끄럽다'
항의한 장애인 때려 숨져
불만관련범죄 14만8천건 41%
10건 중 4건 홧김에 범행 심각

방화범죄 대부분 '분노' 관련
우발적 499명 현실불만 120명
묻지마범죄 일반인 위험

습관-충동장애 진료 증가추세
2015년 5,390명-2017년 5,986명
환자 대부분 남자 83% 압도적
무시-비교-이용당했다 느껴
스트레스 분노 풀어 금주 바람직

개개인 엄중처벌 인식 필요
배려-동정-생명존중 교육 강화를

최근 들어 사소한 말다툼이 살인·방화·흉기난동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분노를 조절 못해 발생하는 흉악 범죄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지른 배경에는 각 개인 책임 문제도 크지만 갈수록 인간관계가 삭막해지는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심화되면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한 명은 분노조절장애라는 통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에 좌절감·모멸감·무력감·부당함 같은 감정이 지속되면서 부정적인 반응과 행동으로 옮겨진다.

따라서 분노를 느끼면 사람에 따라 그것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데, 분노를 지나치게 숨기면 한국 특유 고질병인 '화병'으로, 지나치게 드러내면 분노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

이에 분노조절장애 범죄에 대한 사례 고찰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제고시키고, 과연 예방대책 없는지? 전문가들의 소견 등을 분석해 한번 짚어봤다.
/편집자주



▲홧김에 ‘욱’해 벌어진 분노범죄 사례 잇따라

지난 17일 33명의 대형 사상자를 낸 군산 유흥주점 방화사건은 한 방화범이 불을 지른 이유가 사소한 외상 술값 시비 끝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벌어졌다.

이날 방화를 저지른 이모(55)씨는 지난 16일과 17일 술집 주인과 만나 외상값을 갚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큰 언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고, 분이 풀리지 않은 이씨는 이날 오후 8시께 인화물질을 담은 20리터들이 기름통을 들고 A씨의 주점을 다시 찾아갔다.

이씨는 주점 앞 한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9시 53분께 인화물질을 주점 바닥에 쏟아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감식 결과, 주점 안에 있던 손님 3명이 숨졌고 30명은 화상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부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주인과 다툼 끝에 분노감에 욱해서 저지른 방화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비슷한 동기로 인한 방화사건이 발생해 6명이나 숨졌다.

50대 남자 범인은 여관 주인이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홧김에 여관에 방화를 했다.

이 불로 방학을 맞아 여행 중이던 두 딸과 엄마 등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참변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와 함께 지난달 1일 김제에서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목검으로 장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1시께 지체장애 4급 A(41)씨는 김제의 한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도로에 서있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A씨는 “시끄럽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이 같은 항의에 격분한 장모(47)씨 등 2명은 차량 안에 있던 목검을 꺼내 A씨를 내리치며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이들 모두 인근 지구대로 임의 동행했고 A씨는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한 A씨는 이날 오후 8시14분께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 사건이 커졌다.

A씨는 경찰이 의뢰한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경찰청이 공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000건 중 우발적 범죄 또는 현실 불만 관련 범죄가 14만8,000건으로 41.

3%를 차지하고 있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가운데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이 원인인 범죄는 40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건 중 4건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수치로, 심각한 분노 범죄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방화 범죄 절반은 홧김에...

모르는 사람도 공격 당하는 위험한 범죄 최근 33명 사상자를 낸 군산 주점 방화 사건처럼 ‘홧김에’ 불을 지르는 분노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한 방화범죄 한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2017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방화범죄는 모두 1,477건이다.

이중 절반은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도 11%를 차지했다.

범행 동기는 대부분이 '분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발적, 현실불만이 전체 방화범죄 범행동기의 45%가량을 차지한다.

방화범죄 전체 1351명 중 가장 큰 범행 동기는 우발적 499명, 현실불만이 120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는 일면식 관계지만 방화 범죄의 경우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공격이 미칠 수 있는 위험한 범죄”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개인적 분노 일탈에 대한 노력과 자아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관심과 배려, 그리고 인성교육 및 관리 등 대책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노조절장애 늘어나는 사회...

한해 6,000명 진료 홧김에 불을 지르는 충동범죄가 잇따르는 이유는 분노 조절키 어려운 ‘습관 및 충동장애’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충동으로 인한 긴장을 해소키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지나친 의심과 공격성, 폭발성 때문에 타인과 건전한 관계를 형성치 못해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이 없는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5,390명, 2016년 5,920명, 2017년 5,986명으로 증가 추세다.

습관 및 충동장애는 순간적으로 행동 욕구를 조절하지 못해 자신과 남에게 해가 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을 말하는데 분노조절장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환자를 살펴보면 남자가 전체의 83%인 4,93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 환자 비율이 29%로 청년층이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0%, 10대 19%, 40대 12%, 50대 8% 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충동조절장애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일반적인 예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증상이 의심되면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는 게 최선이고, 나쁜 성격과 습관의 문제가 아닌 질환임을 이해하고 비난하는 태도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노조절장애 시 절주 또는 금주 필요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적 고통 후의 분노, 억울함, 좌절감, 모멸감 등으로 화를 참지 못해 분출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견되는 분노조절장애는 잔혹한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끼거나, 비교를 당하거나,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면 반감으로 분노가 표출된다.

갑작스런 화가 아닌 위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존감도 낮다.

특히 성장기 학대를 경험했거나 부모와 잦은 갈등, 원치 않는 이별 후에 잘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스트레스와 분노를 술로 풀게 되면 오히려 분노가 폭발해 불미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면 절주 또는 금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분노범죄 엄정한법 집행, 사회적 관심과 치료 및 관리 시스템 구축 필요

지금 우리사회는 분노조절장애 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일 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각에선 분노조절장애 범죄에 대한 원인을 사회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범죄자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런 범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를 저질렀으면 아주 엄중하게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잠재적 범죄자들이 똑바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도내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 일탈의 원인을 사회에서 찾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노 범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혹여 범죄를 저지르면 엄중하게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잠재적 범죄자들이 똑바로 인식하도록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 생명 존중 가치관을 갖도록 학교나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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