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거짓말 발언 사건발단
경찰무혐의 종결에도 '성범죄'
낙인찍혀 잇따른 조사에 압박
숨거둬··· 교육청 무혐의 처분

지난해 4월 20일 부안의 한 중학교 A교사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퇴근했다.

전날 오후 지역 언론에서 보도했던 ‘여중생 성추행’ 사건의 주인공이 A씨라는 것.

전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A교사에게 서운한 일을 당했던 학생의 발언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무단 귀가한 여학생이 혼날 것이 두려워 부모에게 A교사가 자신에게 폭언을 했고 친구의 허벅지를 주물러 야간자습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한 것.

놀란 여학생 부모는 친구의 부모에게 전화를 했고 다음날인 19일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21일 혐의가 없다며 내사 종결처리 했고 당일 부안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통보했다.

문제가 풀리는 듯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같은 달 24일 A교사는 부안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직위해제 통보서를 받아 교원연수원으로 출근하게 됐다.

대기발령으로 교원연수원에 출근하는 A교사는 이미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로 알려진 여중생들이 사실은 성추행이 없었다는 탄원서를 교육청에 보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4월 말께 전북학생인권센터에서 5월 2일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혼자 갈 용기가 나질 않았는지 부인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조사에서 A교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성추행한 사실도 없고 학생들 역시 성추행 사실이 없다는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관은 A교사 주장대로라면 아이들이 무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묻자 잘 생각해서 대답하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조사를 받고 온 A교사는 "학생들이 오해 했습니다"라고 말해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한탄만 했다.

같은 달 10일 피해자로 알려진 여학생들의 탄원서와 남학생, 졸업생의 탄원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연명 탄원서가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A교사는 인권센터로 찾아가 학생 당사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고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한 만큼 구제신청을 각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이어 12일 진행된 인권센터의 2차 조사도 답답하게 진행됐다.

조사관이 일부라도 인정해야 중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듯 이야기해 펑펑 울며 학생들에게 스킨십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또 A교사는 아이들이 무고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조사관의 말이 걸리는 듯 자신이 오해했다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이날 조사가 끝나고 인권센터를 나서는 A교사를 향해 조사관은 "불문경고 정도로 끝날 겁니다"라며 위로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7월 3일 진행된 인권센터의 심의위원회 의견진술에서도 제대로 진술조차 못했다.

억울하다고 장황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밉게 보여서 좋지 않다며 5분 정도로 짧게 진술하라고 알려줬다는 것.

결국 7월 18일 전달받은 심의결정문에는 ‘성희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침해, 인격권 침해 등’으로 A교사를 신분상 처분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사실을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집으로 결정문이 등기로 배달됐다.

A교사는 변호사를 알아본다며 외출나간 동안 부인이 대신 등기를 받았다.

부인은 결정문을 읽고 놀라서 A교사에게 전화, A교사는 곧바로 집으로 와서 결정문을 확인한 후 주저앉았다.

앞으로 교육청 감사를 또 받아야 한다는 것.

8월 5일 A교사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진실을 이야기해줘서 괜찮을 줄 알았다”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학생들은 A교사의 장례식장에 스스로 찾아와 ‘사과’를 했다고 한다.

부인은 아직도 한탄하고 있다.

부인 강모씨는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조사과정에서 일어났던 비인권적인 상황들로 인해 남편이 떠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학생인권센터 시스템에 의한 살인이다”며 “자신들의 자리만 보전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육청은 A교사의 사망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유족분들께 전한 바 있다”며 “유족측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자체조사에서 메뉴얼에 따라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강씨는 지난해 8월 31일 학생인권센터 관계자와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해당학교 교장 등 10명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소했다.

전주지검은 이들에 대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한 결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족의 입장에서 다소 답답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법령과 지침,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가지고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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