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배비장전 유쾌함으로 시선 뺏다
도립국악원 배비장전 유쾌함으로 시선 뺏다
  • 박은
  • 승인 2018.07.0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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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있는 캐릭터 연출
화려한 무대-의상-조명 등
관객 몰입도 높여 큰 호응
전개 빨라 작위적 비판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제51회 정기공연 ‘배비장전’은 1시간 동안 유쾌한 분위기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지난 2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도립국악원의 역량을 결집한 ‘배비장전’이 펼쳐졌다.

도립국악원 단원들은 시종일관 무대를 종횡 했고 장면과 꼭 어울리는 다채로운 음악이 삽입되면서 이야기의 흥을 돋았다.

특히 극중 재미 요소를 맡은 차돌은 재치 넘치고 익살맞은 대사와 몸짓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양한 인물들과의 합 속에서도 차돌은 여느 캐릭터보다 존재감 있고 개성이 넘쳐났다.

또한 화려한 무대와 의상, 조명과 춤, 판소리 등의 물량공세를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볼 수 있었다.

막이 오른 무대 위에 화사한 유채꽃 풍광이 펼쳐진다.

큼지막한 돌하르방도 자리를 잡고, 해녀들이 춤사위를 벌인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배비장전’은 제주도에 온 배비장이 기생 애랑에게 홀려 혼쭐이 난다는 내용이다.

여색을 멀리하겠다고 아내와 어머니에게 맹세를 하고 제주도에 온 배비장은 기생 월선과 정비장의 이별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전 재산은 물론 고의적삼까지 모두 탈탈 털어서 월선에게 바치는 정비장의 모습을 본 배비장.

그는 절대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장담하지만 차돌은 여자, 바람, 돌이 많은 제주도에서 어찌 그리 쉽게 장담할 수 있냐며 내기를 제안한다.

배비장은 자신이 이기면 차돌의 식구들이 자신의 집에 와서 종살이를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수락한다.

제주도에 와서 서책만 읽으며 정조를 목 놓아 외치고 다니는 배비장의 모습이 탐탁히 않았던 김경 목사는 기생 애랑과 함께 모략을 짜내며 배비장을 시험에 들게 한다.

‘배비장전’은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불편함만 밀려온다.

극중 배비장이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성격에 위선적이고 허풍쟁이라는 설정이 확실하게 드러났다면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는 주제에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비장은 다소 우스꽝스럽고 어리숙하지만 위선적이거나 권위의식에 빠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골리는 애랑과 한마음이 되어 배비장이 당할수록 후련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골탕 먹는 배비장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또한 배비장이 제주도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며 기생 애랑에게 순식간에 홀리게 된다는 설정은 매우 급작스럽고 작위적이다.

여색을 멀리하겠다고 장담하며 술자리도 기피했는데 애랑이 목욕하는 모습만 보고 상사병까지 걸리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전이 가지고 있는 해학과 풍자는 하나도 살지 않고, 에피소드 나열이 전부였던 배비장전은 재미와 감동 중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밍밍한 공연으로 끝나버렸다.

‘배비장전’의 전체적인 맥락에는 충실한 이야기였으나 기억에 남는 결정적인 순간이 없었고,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시간에 쫓겨 생략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 첫 공연임에도 몇몇의 단원들은 목이 쉰 듯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관현악단의 안정감 있는 연주는 빛이 났으며, 인물의 심리나 상황묘사를 음향으로 표현해낸 점 등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관중들을 몰입시켰다.

한편,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제51회 창극 ‘배비장전’은 오는 7월 5일과 14일 고창문화의전당과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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