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삼촌과 함께 집에서 연살을 깎고 한지를 자르고 꼬리를 붙이고 날렸던 기억이 있다.

그 날개가 기울어지면 다시 꼬리의 길이를 조절하고 삼촌과 함께 긴 시간 연을 만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시 연을 만들고 날렸던 것이 훗날 전통문화놀이라고 불릴 줄은 상상조차 못한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사회는 현대화되고, 서구의 문물이 급격하게 들어오면서 우리 전통문화놀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집, 동네에서 즐겼던 놀이가 이제는 점점 없어지고 만나기 힘든 게 현실인 셈이다. 

전통문화놀이의 자리를 꿰찬 것은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이다. 요즘 우리 자녀들은 모바일을 통해 놀이를 즐기고 있다. 과거 우리가 흔히 했던 뿡뿡이 터트리기가 지금 아이들이 액괴(액체와 고체의 중간 정도의 질감을 가진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즐기는 것과 거의 같다고 한다. 또한 혼자서 즐기는 놀이다.

전통놀이의 가치에 대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됐던 전국윷놀이대회는 우리 전통놀이도 젊은 층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예선전을 서울, 대전, 부산, 전주에서 진행하고 최종 전주에서 본선을 진행하였다. 각 지역 대학생 동아리를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참가자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대회를 즐겼다. 당연 상금도 있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벨기에 NGO인 ‘스포르티모니윔(Sportimonium)’은 1988년에 ‘전통 놀이 연합(VlaamseTraditionele Sporten, VlaS)’을 창설해 현재 1만2,5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볼링게임, 던지기놀이, 총쏘기놀이, 공놀이 등 23종의 전통놀이와 스포츠 유산을 진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전통놀이 종목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의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전통놀이가 점점 사라지는 우리네 입장에선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의 전통놀이도 옛 흔적으로 남겨서는 안된다.

새롭게 재해석되어 우리 민족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선 최근 몇 년 들어 윷놀이 게임을 진행한 바 있다.

예상외로 젊은 층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주최측이 놀랄 정도의 열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네 전통놀이가 재미 측면에서는 최근 모바일 게임에 비해 결코 질이 낮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윷놀이 뿐이겠는가. 널뛰기나 줄다리기 등 각종 다양한 우리네 전통놀이는 놀이 참여자 뿐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사람과 협동과 협력을 요구하며,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로 하고 있다. 재미 측면에서도 최근 게임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네 옆에서 어느 순간 사라졌을까.

전통놀이는 진부하고 단순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일까. 아니면 갑작스럽게 쏟아지고 있는 서양식 놀이에 흠뻑 빠진 탓일까. 

전통놀이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놀이는 단순히 과거 놀이로 치부해선 안된다. 우리네 조상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게 바로 전통놀이이며, 우리만의 협력과 협의를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전통놀이다. 나아가 우리네 역사까지도 전통놀이 안에 내재돼 있다. 

우리 것이니 무작정 즐기자는 말은 애국적 차원의 주장은 아니다. 아무리 우리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연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서양 문물 속에서 우리의 전통놀이를 지키기 위한 조그마한 몸짓을 필요해 보인다.

전당에서 주최한 윷놀이에 참가한 사람들의 즐기며 웃는 얼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전통놀이는 전통문화이며, 우리가 반드시 즐기고 우리 곁에 둬야 할 소중한 우리네 문화자신임을 확신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정책기획팀장 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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