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철 사진가 특강 '이목'
30년 동안 전주 변천사 담아
포토페인팅 새로운 시도 감행
관조적 시선 발달사 엮어가

“작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다. 사진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사람으로 불러달라. 30년 넘게 한 가지 주제에 몰두하고 있는, 내가 봐도 미친 짓이다.”

사진공간 눈이 마련한 전북지역 사진작가와의 만남에 강사로 나선 허성철 사진가는 묘비명에 ‘마음대로 살다 죽다’란 글귀를 새기고 싶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작가도 아니며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밥을 먹게 됐고, 한때는 도내 일간지 사진기자도 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30년 넘게 전주의 개발과정을 프레임에 담아오면서부터다.

1994년 무렵,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창 개발붐이 일기 시작한 전주의 현장이었다.

개발은 변화이며 곧 전주의 변천사다.

이런 전주의 변천사를 담아보고자 판단한 것이다.

물론 30년 넘게 장기 프로젝트가 될지 그때는 몰랐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개발정보도 습득하기도 했고, 전주의 웬만한 고층아파트 옥상은 모두 올라가기도 했다.

예술성도 없고 그렇다고 수익성도 없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미친놈’이란 소리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특유의 관조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발달사를 차곡차곡 엮어가기 시작했다.

“도시 개발이란 것이 결정하기가 어렵지만 결정이 나면 한 달, 두 달 사이에 급격하게 변하게 된다. 그 과정 역시 개발결정과 그에 따른 반대, 철거 그리고 신축이란 동일한 공식이 적용된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이며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 있는 사진을 찍자고 결정했다.

예쁜 것과 베스트를 요구하는 풍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그것도 도시발달사를 담아보자고 생각한 이유다.

1994년부터 전주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2000년 첫 개인전인 ‘가족’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장산의 단풍사진은 아름답다. 하지만 10년 전 찍은 것이나 올해 찍은 것이나 차이가 없다. 결국 내 자신을 알리지 못하는 작업인 셈이다.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어진 것이다.”

2014년부터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이른바 ‘포토페인팅’으로 찍은 사진을 한지에 그리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었다.

한지와 사진의 결합인 셈이다.

‘전주의 무엇을 기록했나.’

최근 들어 든 고민이다.

지금까지는 전주의 개발, 전주의 외형을 담아왔다면 이제는 전주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어르신들이나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중이다.

자신이 느낀 전주의 정신을 파인더에 담아내고 조선왕조 발상지까지 거슬러 올라갈 계획이다.

“좋은 장비, 좋은 사진은 없지만 하나의 주제로 지금까지 걸어왔다. 전주의 발달과정을 나름대로 기록했다. 이제는 전주의 외형 뿐 아니라 내면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힘이 닿을 때까지 변화하는 전주를 담아내고 싶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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