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멜로디' 김한강 작가 데뷔소설
2차세계대전 권력에 묻힌 헌신-희생 드러내
신선한 스토리 영미권 스릴러 못지 않아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내가 직접 모든 걸 파헤칠 겁니다. 내 가족을 죽인 이유, 내가 버려진 이유, 당신들이 꾸미고 있는 일, 또 당신들 말고도 누가 이 일에 연루되어 있는지 꼭 밝혀낼 겁니다. 날 이렇게 만들고 내 가족의 숨통을 짓밟아 버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겁니다”

김한강 작가의 ‘지하실의 멜로디(신아출판사)’는 갓 데뷔한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능숙한 전개와 서스펜스를 구축해 가독성을 높인다.

작품 속 주인공 잭 멜리어스는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된다.

새로운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그는 존경하는 부모의 뒤를 이어 CIA 요원이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났던 1945년부터 1989년까지 냉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크나큰 비극과 불행에 맞닥뜨리게 된다.

한 순간 모든 걸 잃게 된 잭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진한 누아르 세계가 담긴 ‘지하실의 멜로디’는 암투와 테러 그리고 피보다 붉은 사랑을 묘사한다.

김한강 작가는 “인류 역사상 많은 이들이 전쟁 속에서 비극을 겪었고, 그 중에는 국가, 정권, 불특정 소수의 안위라는 이유만으로 가려져야 했던 알려지지 말아야 했던 비극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이들 중 일부 또는 상당수가 국가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사리사욕에 의해 이들의 헌신과 희생은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이 작품은 권력자들이 공적으로 탈바꿈 되는 현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 교훈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의 무대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종횡무진 누빈다.

특히 CIA 요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주인공 잭은 작품의 실재성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큰 미덕은 작가가 일국적 관점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편적 인간애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 사유 위에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인공 캐릭터의 시선은 진부하지 않다.

스토리 또한 식상한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매우 신선하게 전개된다.

잘 만든 영미권 스릴러 소설 못지않은 극의 긴장감이 야무질 정도로 실감나 한국 장르소설의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김한강 작가의 작품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잘 갖춰진 장르소설이다”며 “유형적인 장르소설과 비슷한 패턴이라 하더라도 스토리 자체가 박진감 넘치고 반전의 효과마저 탁월해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을 통해 스릴러 장르가 전하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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