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깡’ 대상자를 구해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인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20대들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 감형 사유로 작용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살인 및 특수상해,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1)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21)와 C씨(20)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 C씨는 15년을 선고받았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타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 즉시 이를 판매해 단말기 판매금을 얻는 소위 ‘휴대폰 깡’을 하기로 공모하고 대상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인이었던 D씨(22) 명의로 휴대폰 깡을 해왔던 A씨 등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알게 된 피해자 E씨(당시 20세)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먼저 이들은 E씨에게 4만원을 주고 인터넷 도박을 하라고 강요했다.

E씨를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였다.

E씨가 돈을 모두 잃자 이들은 40만원을 변제하라고 협박, 차용증을 받아 냈다.

이들을 그때부터 차용증을 빌미로 E씨를 데리고 다니며 협박과 강요를 일삼았다.

이들은 E씨에게 “휴대폰 깡 명의자를 데려오지 못하면 때리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명의자를 구해오지 못한 E씨를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등을 때리기도 했다.

협박과 폭행은 D씨에게도 이뤄졌다.

같은 달 22일 오후, 이들은 부안군의 한 펜션으로 놀러갔다.

이 자리에서 A씨 등은 D씨와 E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이들은 김치찌개에 들어간 고기가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지 펜션 거실에 누워 있었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를 들었다.

E씨에게 남은 음식물을 화장실 변기에 부은 뒤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인근의 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E씨에 대한 폭행은 계속됐다.

결국 E씨가 의식을 잃자 이들은 E씨를 바닷물에 2차례 던졌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E씨의 몸에 소변을 보고 담뱃불로 지지기도 하는 등 고문과 가까운 행동을 저질렀다.

23일 오전 4시30분께 A씨 등은 E씨를 군산시 지곡동 D씨의 원룸으로 옮겼다.

당시 E씨는 의식이 없었지만, 이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방치했다.

전날 오후 8시40분부터 약 7시간 30분 동안 소주 3병 반을 강제로 먹고 무자비하게 폭행까지 당한 E씨는 결국 D씨의 원룸에서 두부손상으로 숨지고 말았다.

1심 재판부(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행각으로 마치 오락을 즐기듯 피해자의 존엄성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주범인 A씨에게는 징역 25년을 B씨에게는 20년, C씨에게 15년을 선고했다.

중형이 선고되자 이들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사도 같은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은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호소에도 잔인하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폭행, 결국 숨지게했다”면서 “심지어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피해자의 존엄성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동이 살인을 목적으로 한 범행으로 단정할 수 없고, 20대 초반의 나이인 만큼, 계도교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B씨와 C씨는 범행 후 자수를 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보인다”고 감형이유를 밝혔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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