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을 내리쳐 깨트리며 직원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전북의 한 장애인협회 지회장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가? 한 때 SNS와 인터넷이 뜨거웠다.

이유인즉슨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직장 내 ‘갑질’ 논란이 인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장애인협회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협회장의 상습적 폭언과 욕설을 폭로한 것.

이 직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회식자리에서 지회장은 직원들의 업무소홀을 지적한 뒤 "내가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너희 그런 식으로 일하면 머리를 부숴버리겠다"며 식탁에 술병을 내리쳐 깨트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회장은 깨진 술병을 들고 "죽여버리겠다"며 한참 동안 직원에게 욕설했다고 주장했다.

회식 이후 B지회장은 계약직 직원 3명에게 "거짓말만 하고 일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B지회장이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해당 지자체에 곧 바로 진정서를 냈고 지자체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협회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내홍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해당 협회에 복귀한 여 직원은 이후로도 지회장이 고의로 결제를 미루는 등 업무를 방해하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여직원은 지회장이 기초단체장 인수위원을 맡을 정도로 인맥이 많고 권한이 막강하다면서 그동안 지속적인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게 너무 괴로워 기자회견을 자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회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지회장은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반복해서 어겼고 중요한 보고를 누락하는 등 불성실한 업무 태도를 보였다고 반박했다.

이 기사를 보며 필자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사실 세세하게 알고 싶지도 않다.

전후 맥락을 다 파악해야만 비로소 스토리가 이해되는 건 아니다.

회식 도중 병을 깨고 위협하는 행위, 상대는 여성이고, 비정규직 계약직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상식은 지회장의 행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찌됐든 강자와 약자.

권력을 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짜여진 구조다.

직원들의 보고 누락도, 근무해태도 따지고 보면 지회장의 지도력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하나같이 지회장을 성토하는 데는 어떤 유의미한 이유가 있진 않은지.

일반인이 자리보존을 위해서라면 고용노동부를 찾지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기자들을 찾았을 때는 다 이유가 있으며, 기자들은 현장에서 그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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