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열대야 기승
에어컨 틀어놔야 겨우 버텨
주택용만 누진제적용 안돼

장기화되고 있는 폭염이 전북 등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더위보다 더 무서운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 때문에 “요금 폭탄을 맞을까 무섭다”는 청원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봇물처럼 일고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따르면 가마솥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전기를 많이 쓸수록 더 큰 폭으로 요금이 올라가는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일시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빗발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개편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폐지와 개선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다.

이처럼 계속 이어지는 청원에 대해 정부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 2016년 누진제를 개편해 부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만일 누진제 논란이 계속된다면 근본적으로 (개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정책관은 "주택용에도 계시별 요금을 도입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밝힌 계시별 요금제란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하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

앞서 정부는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한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 2016년 기존 6단계 11.7배수이던 누진제를 현행 3단계 3배수로 개편했다.

월 사용량 200㎾h까지는 ㎾h당 93.3원을 내고, 201∼400㎾h에 대해서는 ㎾h당 187.9원, 400㎾h를 초과하는 사용량에 대해서는 ㎾h당 280.6원을 적용한다.

사용량이 많으면 최대 11.7배까지 증가했던 ㎾h당 요금이 최대 3배로 완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는 오히려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한전은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30분 사용할 경우 월 전기요금이 에어컨 사용 전보다 6만3,000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또 한 달간 하루 10시간씩 에어컨을 틀면 17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추산했다.

누진제 개편을 하지 않았다면 에어컨 사용시간에 따른 추가 요금 부담은 3시간30분의 경우 10만8,000원, 10시간은 39만8,000원으로,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이 각각 42.1%, 55.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전의 설명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전기요금이 부담스럽다며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 비중은 13%, 산업용은 56%, 상업용은 20%인데 가정용에만 누진제가 부과되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전주 송천동에 사는 가정주부 김숙영(42·여)씨는 “기업들은 전기소비를 많이 하는 것에 비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데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최근 폭염 때문에 열대야까지 이어져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여건인 데도 누진제 적용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누진제 개선 청원자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폐지야말로 진정한 복지 1순위이다.

전기사용량 중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전체의 80%에 달하는데 가정용 전기가 더 비싼 징벌적 누진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 같은 폭염은 자연재난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16년 8월 기준, 가정용에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대만(3배), 중국(1.6배), 일본(1~1.7배), 미국(1.1~2배), 캐나다(1.2~1.5배) 정도다.

이에 가정용 전력 소비자들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누진 체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도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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