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년 당의 고구려 침공 역사 소설
양만춘-이세민 두 시점 교차 재현
양대 관점 통찰-냉철한 시각 담아

대륙을 질주하는 기마병들의 함성 속에서 시작된 그해 여름, 책봉의 질서를 어지럽힌 고구려를 징벌하려는 황제의 야망과 나라를 수성하여 백성을 지키려는 장수의 일념이 맞붙은 곳에서 죽도록 승리하고 싶었던 이세민과 양만춘의 처절한 88일의 분투를 그린 김상중 장편소설 ‘최후의 결전 안시성’이 출간됐다.

“나라를 삼키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 645년, 천하를 호령하던 당 태종 이세민이 50만의 군세를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던 그해 여름.

수나라의 공격을 막아냈던 요동성마저 함락될 정도로 당시의 당군은 도도한 파죽지세였다.

안시성은 고구려에게 있어서는 최후의 보루.

따라서 그해 여름 안시성 전투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결전이었다.

누구도 물러설 수 없었던 여름의 전장.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붙인 당, 절체절명의 고구려, 긴박했던 그곳 안시성.

숨 가쁜 결전의 현장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복원시킨 이 책은 역사의 스펙터클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은 것처럼 실재성을 구축한 작품이다.

역사소설에서 실재성을 구축시켰다는 것은 냉철한 시각으로 역사의 현장을 그려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관점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의 입장에 서 보아야 한다.

고구려의 입장, 당의 입장.

양만춘과 이세민의 시각.

그렇게 다양한 관점을 통해 역사의 한 부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기술이 흥미롭다.

특히 위대한 승리, 전장을 운운하면서 역사를 애국심 고취의 수단으로 소비하지 않고 엄정한 자세로 이야기 내면을 쌓아간다.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냉철한 시각으로 당대 역사를 바라본다.

반대로 신인다운 패기와 관점으로 그 시대를 면밀히 해부해 재창조 시켜낸다.

게다가 상투적 요식 없이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품은 작품은 불필요한 인물이나 전개도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적 시각에 포착된 영웅의 분투기가 극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어 몰입도 역시 뛰어나다.

판에 박은 듯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되지 않은 인물들은 입체적이며 아수라장 같은 전쟁터의 참상을 치열하게 담아내는데도 부족함이 없다.

박진감 넘치는 공성전(전투 행위)의 묘사는 물론, 양만춘과 이세민의 밀고 당기는 심리가 공성전의 맥락을 한눈에 들어 올 수 있도록 배치해 큰 재미를 준다.

또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정장의 사령부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이런 자별한 효과는 작가가 두 인물의 시점을 교차해 안시성 전장의 과정을 재현시켰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최후의 결전 안시성’은 나라를 삼키려는 황제와 지키려는 장수의 극명한 시점이 날카롭게 대비되는 가운데 안시성 전투를 둘러싼 양대 관점을 통찰해 역사의 현장을 복원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가슴 서늘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영웅 양만춘과 이세민의 뜨거운 숨결을 활자화 한 김상중 작가는 1983년 전주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검도 도장을 운영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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