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폭염 강타··· 전북 '펄펄'
역대 최강 폭염 강타··· 전북 '펄펄'
  • 박정미
  • 승인 2018.08.0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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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14개 시군 폭염경보 발효
온열질환자 120명 중 4명 숨져
가축 88만마리 폐사 전국 최고
과수농가 '햇볕데임' 현상 확산

무더위 이달 중순 한풀꺾일듯
다음주 태풍 한반도 영향 전망

도, 무더위 쉼터 전기료 지원
폭염대응TF팀 가동··· 기관공조
35도이상시 긴급재난문자 발송

# 폭염대책 입법의지 있나··· 政-國 '거북이 걸음'

온열질환자 속출-가축 폐사 등
빈곤-취약계층 실질적 대책 시급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폭염 제외
재난법 개정안 8건 국회 계류중
이달말까지 법안 통과 어려워
자연재해 규정없어 지원 전무
'누진세 면제'도 상임위 머물러
학교 전기요금 완화안 진척 없어
30일 임시회 폭염지나 통과되나

전북에 20여 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의 양상이 심상치 않다 전북에 20여 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의 양상이 심상치 않다.

태풍, 지진과 같은 견디기 힘든 재앙 수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8월 기온 역시 무더위 지표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폭염이 이래저래 도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체감온도가 50도를 육박하는 건설현장과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피해 불안이 증폭되면서 정부와 전북도는 폭염을 재난이라고 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폭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단기 대비책 마련과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난대비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법안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 폭염에 사람도, 가축도…농심도…

전북지역에 폭염이 20여 일 넘게 이어지면서 사람도, 가축도 쓰러지고 농산물도 타 들어 가고 있다.

2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14개 시·군에 폭염경보가 발효되면서 올해 벌써 온열질환자만 12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명이 숨졌고, 나머지는 병원에서 입원했거나 치료 중이다.

폭염특보가 연속 이어지면서 가축과 농산물의 피해도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전북에서 가축 88만1천 여 마리(닭 78만788마리, 오리 7만9380마리, 메추리 5000마리, 돼지 2348마리)가 폐사해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고추, 콩, 오이, 인삼, 호박 등이 말라 시들고 포도, 사과, 자두, 수박 등 과수 열매가 햇볕으로 색이 변하고 썩는 일소현상으로 농작물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과수 농가들도 폭염 때문에 고생이다.

사과 농가에 퍼지고 있는 햇볕 데임 현상이 봉지를 씌우고 키우는 배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수와 무주, 진안 등 전북지역 사과농가의 ‘햇볕 데임’ 현상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강렬한 햇볕에 장시간 노출된 과실은 색깔이 변한 뒤 서서히 속이 썩어가면서 급기야 뚝뚝 떨어지고 있다.

피해는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사과뿐만이 아니다.

봉지를 씌운 채 재배하는 배에도 햇볕 데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생종 배를 재배하는 고창의 한 농장은 시기상 초록빛이 감돌아야 할 배 표면이 새까맣게 변해, 봉지를 한 번 덧씌우는 이중포장 작업까지 하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하소연 한다.

여기에 열대야까지 고온현상이 24시간 이어지면서 성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성장한 배는 햇볕데임 피해를 입어서 까맣게 타 들어 갔고, 고온현상 때문에 생육이 멈춰 작아져 버린 배들도 상품성이 떨어져, 이달 중순 출하시기를 맞출 수 없을 지경이다.

배의 햇볕 데임 피해는 조생종인 ‘황금’은 물론이고 제수용품로 쓰일 신고 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도내 양식 어류는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동해연안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져 비상이 걸렸다.

도는 동해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자 양식 어류 피해 예방을 위해 어업기술센터와 동해안 시·군에 공문을 보내 현장 지도와 점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극한 폭염, 대체 언제까지 가나?

2일 오후 전북의 기온이 39도를 돌파하고, 강원 홍천에서는 수온주가 40도를 넘어섰다.

‘유례없는 폭염’이라는 말이 붙은 가운데 폭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상청과 기상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폭염을 맞이한 만큼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다만 그동안의 추세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할 따름이다.

일단 이달 중순에는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를 제외하고 가장 더웠던 2016년 여름, 폭염은 8월 20일께까지 이어지다 누그러들었다.

이에 최근 기상청은 말복인 오는 16일을 전후로 무더위가 잦아들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다음 주 후반 무렵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무더위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태풍들이 한반도를 모두 비껴간 점, 한반도에 고온의 수증기만 다량 공급해 되레 무더위가 심화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분석에 힘을 싣기는 어렵다.

또 다른 기상전문가들은 폭염 해소와 관련해선 한반도에 열기를 불어넣는 축 중 하나인 티베트 고기압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티베트 현지 더위가 누그러들어야 한반도에 공급되는 열기가 줄어들어 무더위 해소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례가 없는 폭염’인 만큼 이달 중순에도 무더워가 기세를 떨칠 가능성이 있다.

 

▲ 전북도 대책

도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폭염과 관련, 축사 환경개선(환풍기, 제빙기 등) 지원, 무더위쉼터 냉방기 전기료 지원 등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또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세 지원을 요청, 폭염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시설을 갖춰 나가기로 했다.

송하진 도지사도 간부들에게 예비비 투입 등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송 지사는 “폭염이 다음 주까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국별로 추진하고 있는 폭염 대책의 시기를 조절하고,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도민들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오는 9월까지를 폭염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폭염대응 종합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자연재난과에 총괄상황반을 꾸리고 건강관리지원반과 시설관리반, 14개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폭염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가동한다고도 밝혔다.

전북소방본부와 교육청, 경찰청, 군부대 등이 참여해 신속한 상황전파와 대응에 나서는 등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한다.

이와함께 도는 폭염특보(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 시에는 긴급재난문자(CBS)를 발송하고 마을·가두방송과 TV·라디오 언론매체, 재난안전대책본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야외 작업장이나 건설·영농 현장 등에 대해서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운영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에어컨이 설치된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4796개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특별관리하고 있다.

특히 농촌고령자와 홀로노인, 거동불편자 등 폭염 취약계층 4만여명에 대해서는 재난도우미 1만여명을 활용해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안부전화를 통해 보호하기로 했다.

아울러 14개 시·군과 함께 도심 기온을 낮추기 위해 주요 도로에 살수작업을 벌이고 그늘막도 설치했다.

관공서 등 공공장소에는 얼음이나 얼린생수를 비치해 건강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 예방 대책도 마련했다.

무더위에 취약한 닭·오리·돼지 등의 폐사를 막기 위해 노후된 축사에 환풍기·제빙기 등 설치를 지원하고 사육농가에 가축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독려해 피해 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올 여름 폭염은 살인적이라 할 정도로 기록적인 날씨를 보이는 만큼, 행정력을 총 동원하고 있다”면서 “폭염을 재난이라고 선언하고, 도민들의 건강과 가축,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 말했다.

 

전북지역에 20여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의 양상이 심상치 않다. 특히 8월 기온 역시 무더위 지표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김현표기자
전북지역에 20여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의 양상이 심상치 않다. 특히 8월 기온 역시 무더위 지표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김현표기자

▲ 폭염 재난지정법 서둘러야

이처럼 폭염이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차원의 폭염대책은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폭염을 재난으로 인정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수년째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 방침도 언제 시행될지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여름이 지나고 나야 폭염을 재난으로 인정하는 방침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자연 재난에 태풍·홍수·황사 등은 포함돼 있지만 폭염은 제외돼 있다.

이에 자연 재난에 폭염을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이제는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가축·어류 폐사 등 피해가 늘어나면서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확인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은 이제 일시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개인적인 피해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자연 재난으로 인정해야 한다.

인명뿐만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주거 빈곤층과 취약 계층에 대한 전기 누진세 면제 등 실질적 지원대책을 위한 법안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와함께 폭염에 취약한 노약자와 장애인 등이 폭염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체계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올해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폭염 관련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폭염 때도 봇물을 이뤘던 관련 법안들이 정작 입법 절차에 들어간 경우는 드물어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국회가 속도를 내더라도 이번 폭염이 지나기 전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키고 정부 차원의 보상과 지원을 책임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모두 8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 상 폭염은 자연재해로 규정되지 않아 폭염 피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보상이나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여야도 폭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안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 재난안전법에 폭염이 포함되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국회 차원의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에서도 여야 3당이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비롯한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더라도 8월 임시국회 본회의 예정일인 오는 30일 이전에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급한 법안은 또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법안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폭염 기간에 ‘징벌적 누진세’가 아니라 ‘누진세 면제’가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 발의 의사를 밝혔다.

법안에는 폭염 시 전기요금의 30%를 감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비슷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이 2년 전인 2016년 8월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법안도 여전히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1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전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력은 놔두고 전체의 13.6%에 불과한 주택용에만 누진 요금을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된 누진제를 없애자는 주장이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장 정부·여당이 부정적인 탓이다.

누진제를 없애면 한전이 요금 수입 손실을 벌충하려고 전기료를 일괄적으로 올릴 수 있고, 이러면 오히려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들이 손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여름 한시적으로 1·2단계 누진 구간 폭을 넓히거나 전기요금 부가세를 환급하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청소년의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초·중·고교 등 교육기관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20대 국회 들어 4건이나 발의됐지만 진척이 없다.

야외 노동으로 폭염에 취약한 건설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도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 법안은 2017년 8월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과 신창현 민주당 의원이, 2018년 1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8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30일로 예정돼 있어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폭염이 다 끝난 이후에야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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