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핵심은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 도모에 있다는 평가다.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는 등 경찰 재량을 대폭 강화함과 동시에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과 송치 후 수사권, 보완수사요구권 등을 가지는 등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도 확보했다.

검찰과 경찰은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며 검찰의 직접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지난 6월 21일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편집자주    


정부는 검찰과 경찰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한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며,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한다.

검사는 경찰과 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 등의 비리 사건,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선거범죄 등에 한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고소·고발·진정이 검찰에 접수되면 경찰에 이송해야 한다.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 송치 후 수사권 ▲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 ▲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요구를 불응하는 경우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 시정조치 불응 시 송치 후 수사권 등의 통제권을 가진다.

반대로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사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유지됐다.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둬 검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같은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 수사하게 된 경우에는 검사에게 우선권을 준다.

다만,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의 우선권을 인정한다.

정부는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여러 가지 과제를 줬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할 자치경찰제를 2019년 안에 서울과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하고, 문재인정부 임기 안에 전국에서 실시하도록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또,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하고, 비(非)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의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와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

법무부는 합의안 범위 내에서 검찰총장·경찰청장과 협의해 수사에 관한 구체적 준칙을 정하기로 했다.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 전 단계인 내사가 부당하게 길어지거나 종결되지 않도록 관련 법규도 올해 안에 정비한다.

이 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 각자 입장에서 이 합의안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견의 표출이 자칫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돼 모처럼 이루어진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검·경 양측에 당부했다.
 

◆검찰입장◆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최근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원인은 과도한 직접수사에 있다고 분석된다"며 "검찰은 직접수사를 자제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수사지휘 또는 사법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존재의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수사는 객관성을 상실하기 쉽고 자기편견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법 선진국의 검찰은 법률상 권한에도 불구하고 직접수사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수사에 사법통제를 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 7월 3일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검찰개혁위원회는 정부 내의 수사권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주된 논의대상으로 되어있는 점과 본 위원회의 성격, 지위 등에 비추어 본 위원회가 앞장서서 의견이나 주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입장의 표명을 자제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 정부합의안이 성안, 공표되고 장차 국회 차원의 형사소송법 등 개정 논의가 예상되는 단계가 되었으며, 그에 관한 국민적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이라 판단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핵심 중요사항은 ‘수사종결권’ 부분이다.

이에 대한 검토를 요약하면 첫째, 정부합의안은 사법경찰관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대전제로 하고, 나아가 수사권에는 수사종결권이 포함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 정의된 수사와 기소, 수사권과 기소권의 상호관계에 대하여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둘째,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형사절차상의 과정이며, 기소권 행사를 위한 전단계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한편, 기소권이란 특정한 범죄혐의에 대하여 기소 여부를 판별하여 기소 혹은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따라서 기소 여부에 대한 판별을 하는 과정이 없는 기소권은 공허한 개념이 될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합의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대전제로 한 다음, 수사종결권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하여 수사 주체가 불기소와 기소를 구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검찰과 경찰의 영역 다툼의 문제 이전에, 수사권과 기소권의 경계선을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안이 경찰의 불기소·불송치 결정에 대하여 예외적인 경우의 재수사요청, 이의신청시 송치제도 등을 부연하여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위와 같은 개념상의 혼란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인다는 입장이다.

셋째, 종래, 국민이 경찰과 검찰에 의하여 이중 수사를 받는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경찰의 수사종결 처분 후 검찰의 재수사, 관련 당사자의 이의신청시 송치 등을 생각해 보면, 종전의 송치전 수사지휘가 인정되는 경우보다 더 이중 수사의 불편 및 절차 지연의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사법경찰의 수사 단계부터 검.

경이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적정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이중 수사의 불편을 미리 감쇄시키는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입장◆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개최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큰 틀은 정부 조정안이 되겠지만, 구체적 내용으로 가면 경찰로서는 손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철성 청장 후임으로 24일 취임했다.

민 청장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향후 진행될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우선 "(정부안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지만 종결 이후 불송치결정문, 사건기록등본 등을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도록 했다"면서 "이는 개인당 맡은 사건이 한 달에 수십 건인 현장 경찰에는 지나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만약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필터링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라면 훨씬 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대안이 있음을 시사했다.

민 청장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경찰이 따르지 않았을 때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현재 국가공무원법이나 공무원 징계령 등에 다 들어가 있어 굳이 형사소송법에 표시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대해 "갈등종식이라는 큰 의미가 있지만, 미완의 과제가 너무 많이 남았다"라고 평했다.

황 청장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문 발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수직 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바뀌고 검·경의 수사권 조정 갈등의 역사가 종식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황 청장은 구체적 합의안을 두고 "경찰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는 것은 검찰이 2차적 수사기관으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경찰이 종결권을 가지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검찰 개혁 측면에선 여러 가지 미흡한 측면이 있고, (정부가) 검찰의 입장을 반영하다 보니 어정쩡한 안이 나온 것 같다"며 "검찰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황 청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여러 분야에 남아 있는 점,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등 미완의 과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의 권한남용은 부패 범죄, 기업 범죄, 선거 범죄 등에서 발생한다"라며 이번 합의문에서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선거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이 유지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황 청장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기소기관으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수사기능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며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면 경찰의 독자수사는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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