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타포' 신예작가 한유지 신작 소설
기면 바이러스 테러 독특한 관점 기술해

‘살인자와의 대화’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던 신예작가 한유지의 신작 ‘게슈타포’는 국정원을 소재로 한다.

국정원 요원으로 설정한 주인공 캐릭터는 정보원의 숨 가쁜 분투기를 형상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국정원의 정예 요원들을 노리는 악의 세력이 개발해 낸 바이러스 ‘게슈타포’.

가공할 만한 참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키며 인류 멸망의 도구로 사용되려 한다.

소설은 테러의 신무기로 떠오른 게슈타포를 쫓는 국정원 요원들의 활약과 그 이면의 일상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는 테러의 공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세계의 모습을 내러티브 속에 자연스레 녹여 거대한 알레고리로 은유한다.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변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거나, 반응이 더 빨라진다거나, 기면 증상이 잦아진다거나 그러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돈 문제를 떠나 인류가 퇴보되는 것이란 말입니다. 자본가도 피할 수 없고, 권력자도 피할 수 없습니다”

테러가 세균전으로 변해 버렸을 때의 참화를 그대로 웅변하고 있는 이 장면은 인류의 멸망을 충분히 예견시킬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게슈타포가 폭탄의 형태가 아닌, 기면의 증상으로 다가오게 한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으로 구현해 낸 테러의 방법은 이채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기에 실재성을 구축시킨 현실감이 매우 번뜩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컨대 “게슈타포 바이러스가 무차별 살포되어, 기면 증상이 시민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면?” 하고 상상해 보면 아찔해진다.

기면 증상에 빠진 이들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차를 모는 운전자라고 생각한다면 대대적인 교통사고가 터지게 된다.

파편 튀기는 폭탄의 위력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상황이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본가도 피할 수 없고, 권력자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생물학 전쟁 속 급속도로 조여 오는 다양한 갈등상황은 독자들마저 긴장시키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설 속 몇 명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그 생생함이 더하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 중 송풍석 박영관은 산악계에서 활동한 이영관 선생을 모델로 삼았다”며 “한 시대를 초심으로 초연하게 살아왔던 외고집 인생.

많은 사람들이 그를 괴팍한 노인네라고 했지만 그 맑고 한결 같은 심성을 누가 알까 싶다”고 밝혔다.

한유지 작가의 ‘게슈타포’는 기발한 착상과 독특한 관점으로 장르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구축해냈다.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유감없이 어필하며 테러와 인류의 생존의 문제를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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