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집행’을 전제로 한 재량사업비의 부활.

과연 가능한 것일까? 전북도의회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의 섰다.

한 때 동료 의원의 구속사태를 묵도해야만 했던 재량사업비 문제의 멍에를 까맣게 잊기라도 한 것일까? 비리로 얼룩지면서 자진 폐쇄키로 했던 재량사업비를 다시 슬그머니 도입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송성환 도의회 의장이 일부 도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재량사업비를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량사업비는 법적 근거 없이 불투명하게 집행되면서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 온데다 반대 목소리도 여전해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재량사업비와 관련해 전현직 지방의원 7명 등 21명이 기소되면서 지난 10대 전북도의회가 이를 폐지하기로 결의했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4월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재량사업비 폐지를 선언하며 이목을 끌었고, 전주시의회와 정읍시의회도 폐지 선언에 동참했다.

재량사업비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등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광역·기초의원 몫으로 일정 금액을 배정해 의원들이 ‘재량껏’ 쓸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자체의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편성·집행되지만, 의원들이 본인 지역구 사업 내역을 모아 보내면 지자체가 그대로 예산에 반영해 '의원 쌈짓돈'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전북도의회의 경우 1인당 연간 5억5천만원이 편성돼 왔고, 시·군의원 재량사업비도 평균 1억 원 안팎 수준이다.

다양한 주민 요구를 충족하는 순기능과 의원들의 리베이트 창구로 악용돼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난이 공존해 왔다.

현실적으로 지역구 활동을 해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선 재량사업비의 폐지는 어찌 보면 불편부당한 일일지 모른다.

일부 관련 예산을 몰지각하게 사용했던 의원들 때문에 정작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역의 크고 작은 숙원사업들이 지난해지고, 그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의원 재량사업비로만 가능한 소소한 사업들로 이뤄진 소위 지역단위 골목사업들.

재량사업비 폐지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 역시 사실이다.

문제는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도입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앞서 어떻게 하면 투명하게 집행할 것인지, 문제의 근원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대책부터 나와야 옳았다는 것이다.

재량사업비의 부활은 이런 근본적 문제가 해소된 뒤 나와야 하는 것이 합당한 맥락이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통용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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