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히 안보나 외교, 산업구조 조정, 재난 대처 등에서는 지도자의 정치력 여하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좌우하기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실 정치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개념도 명확하지 않고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정치는 통치자가 국민들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

또는 정당을 기반으로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기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활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정치가 세상에 미치는 역할과 영향을 평가하고 그 적합 여부를 가리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그래서 그럴 때의 정치는 경제와, 사회, 문화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 의미의 정치는 정부와는 다른 청와대 권력, 국회, 정당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나 시민사회, 문화·예술들이 역사적 맥락에서 내재적 힘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데 반하여 정치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그런 영역들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간섭한다.

그 개입과 간섭의 근거는 국가의 정책이나 목표, 또는 이데올로기 등이다.

정치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영향력과 그에 따른 공과를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성도 커진다.

정치가 다른 영역인 시장경제나 시민사회, 문화·예술들에 비하면 국민들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부의 증가나 삶의 의미나 가치의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은 없다.

 다만 소극적으로 시장경제나 시민사회, 문화·예술들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질곡이나 장애를 정치가 해소함으로써 순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때때로 구한말의 세도정치처럼 그 자체가 가장 큰 질곡이 되어 국가라는 공동체를 파탄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지난 2년간의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국가공동체의 혼란도 정치의 역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당위적 관점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좋은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의 결과로 억대 연봉자가 수십만 명이 넘고, 몇 십억 원을 받는 기업 CEO 상당수 있다.

그런데 월 135만 원 이하의 최저임금자가 있다는 것이 대명천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사회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당한 생각이고 매혹적이다.

그래서 대선공약으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그 주장의 후보가 당선됐다.

그 결과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으로 인상되어 2년간 29%가 인상되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선정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실업자의 양산과 자영업자의 몰락이라는 전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물가상승률이 연 2-3%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10% 인상 내지 20% 인상은 무리라는 것을 냉혹한 현실이 말해준다.

그리고 정치의 영향력이라는 면에서 보면 정치가 2년간 국민의 부를 30% 올려 주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정치란 물꼬를 터주는 것이고 스스로 질곡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다.

실수와 실패는 개인이던 집단이던 할 수 있다.

그러나 승패는 실수와 실패에서 배우느냐 배우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정치 과잉의 시대가 저물어 가길 바란다.

/진봉헌 변호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