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하요아 장편소설 비일상의 공간서
벌어지는 사건 극한의 공포-스릴감 담아

“폐가는 어느 곳의 양말 공장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허름했지만 규모는 컸다. 어둡고 무서웠다. 퀴퀴하고 께름칙한 공기가 떠다니는 4층의 건물 한 동. 그리고 무성한 풀과 이름 모를 나무로 뒤덮인 정원을 낀 넓은 부지. 그 주위로 퍼져 있는 메마른 땅. 거인과 같은 산들. 그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진실은 폐가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날의 사건은 폐가와 함께 살아 있었다.”

공포란 단어에는 두렵거나, 무서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공포를 느낄까?

어두운 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장소에 홀로 있다면 우리는 공포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신이 생활하는 집 근처 장소라면 아무리 홀로 있다 하더라도 깊은 공포를 느낄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고,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곳에는 어떤 돌발변수가 일어날지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요아 장편소설 ‘폐가’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폐가다.

사람들로부터 잊히고 버림받고 방치된 곳.

그런 곳이라면 누구라도 발길을 선뜻 옮기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공포의 근간이 ‘일상의 비일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골의 폐가는 도시의 폐가와 견주어 보아도 훨씬 무섭다. 도시의 것과는 달리 시골의 폐가는 회복, 재생과 같은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곳은 먼지 비가 내리는 거미의 보금자리고 혼령이 잘 곳이다”며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 속 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폐가는 비일상 속에 함몰되어 있는 곳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독자에게 공포를 팔아야 하는 오컬트 잡지 기자로 설정했다.

주인공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비일상의 폐가를 방문하는 순간, 공간 속 원혼과 마주하게 되고 극명한 사건들이 연이어 몰아친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공포소설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상투적 패턴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작가는 감각적 문체와 빠른전개, 극한의 공포를 내밀하게 담아낸다.

덕분에 읽는 독자마저 비일상의 상황 속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든다.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촌락의 지명은 실제 존재하는 지명으로 만들어낸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도 주면서 스릴러 적 요소를 극대화 한다.

비일상 속의 군상들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가 세밀하며 낯선 이질감을 적절히 구현해 낸 작가의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빚어지는 극한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구성박식, 인물의 심리를 쥐고 흔드는 솜씨가 탁월한 ‘폐가’는 시각적 공포 못지않게 활자가 부여하는 상상적 공포의 세계를 활짝 열어 놓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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