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도립미술관 서울관

소설가 임종욱은 엄경희 작가의 작품 ‘something to remain–098’을 이렇게 정의한다.

“확성기의 출구와 주변은 하수도관에서 뿜어내는 듯한 오물들로 범벅이 되어 있고, 무질서하게 비산한 물질들은 공간을 역겹게 뒤덮어 버린다. 오물들은 물질적으로 세균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는 언어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범람하고 있다. 작가가 담아내는 세계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이다”

엄경희 작가의 6번째 개인전 ‘something to remain’ 展이 22일부터 2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작가가 그려낸 작품들은 소설가의 말처럼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세계를 예술로 승화해낸다.

이를테면 작품 ‘something to remain 길’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세계를 건너는 자아의 ‘길’을 예감하면서 예술이 궁극적으로 증상의 진단을 넘어 치유와 회복에까지 이를 수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작가의 그림이 보여주는 세계와 자아의 혼란, 파괴, 착종과 오염의 진단은 증상을 발견하는 단계를 넘어선다.

이후 부조리한 세계와 자아를 치유하고 회복하기까지는 작가의 의지와 결단, 결연함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작품들은 대개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세계를 건너고 있다.

또 산맥을 울리는 대지의 랩소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말라가는 빨래의 냄새, 수평선 밖에서 안으로 넘어오는 나팔소리, 이런 시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거대한 배설기관이었던 입-확성기는 분홍색 구름을 띄워 올리는 관악기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깊은 곳과 공명하는 시각적 시니피앙(signifiant)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정해진 길은 없는 것이다.

여전히 세계 내 존재로서 사물과 만나는 그 접점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고 발견해 나가는 엄 작가.

인생도 그렇지만 그의 여정 또한 목적지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의미는 언제나 변하고 또 변하는 길 위에 있다.

색과 공간전, 미술과 비평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 등 국내외 단체전 80여회를 진행한 엄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및 공모전에서 다수 입상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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