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작소 여인, 1894
"남겨진 자들의이야기' 작품
공연예술페스타 준비 구슬땀

“잠깐, 다시 한 번 가볼게요”

지난 19일 늦은 저녁 금파춤 전수관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세 명의 배우들이 이왕수 연출가의 지휘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다.

각각의 역할에 몰입한 배우들이 서로 대사를 주고받다가 이내 공간 가득 국악기 연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배우들의 대사는 어느새 노랫말이 되어 담담하게 때론 처절하게 남겨진 자들을 표현한다.

연습이 진행될수록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이 연출가의 눈빛은 매섭다.

“자, 암전”.

연출가의 말이 끝나자, 격정적 감정을 토해낸 세 명의 배우가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달은 전봉준의 독백장면.

혼신을 다해 대사를 뱉어낸 한 배우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연습에 지칠 만도 한데, 연출가, 배우, 연주자 모두 생생하다.

“잠시 쉬었다 갈게요”.

연출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우들은 연주자와 공연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다음 연습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쉼 없이 의견을 나누고, 다시 연주에 맞춰 음을 찾아가는 이들의 연습 모습을 보니, 사뭇 무대에서 펼쳐질 공연이 더욱 기대 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공작소 여인, 1894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는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전북공연예술페스타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로 한 여자의 일생을 통해 바라본 동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은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쓰러져간 농민의 아내, 동학으로 인해 죄 없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를 표현하며 남겨진 자들의 아픔과 슬픔, 안타까움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국악극(음악극)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북의 이야기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이야기, 민주주의의 이야기다.

‘동학’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관객들이 쉽게 알게끔 극화해 비극적 역사를 되짚어낸 작품으로 전북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왕수 연출가는 “국가의 기본 정체성인 국민, 시민을 보여주고 싶다”며 “동학농민운동으로 가족을 잃고 살아야 했던 이들의 모습을 작지만 임팩트 있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남성적 시각으로만 표현되던 동학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동학을 그려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왕수 연출가는 작년 전라북도 무대공연작품 페스티벌에서 판소리극 ‘화용도’로 이미 1등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경쟁이나 순위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전북에서, 지역에서 다뤄져야 할 이야기 ‘동학’을 관객들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이 연출가는 “작년 목표는 ‘전북 청년 예술인들이 만들어도 수준 높은 공연 작품이 될 수 있다’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운 좋게 1등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올해는 동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차후에도 무대에서 공연 될 수 있게끔 시장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국악극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와 진실을 향한 농민들의 저항 ‘동학’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여인, 1894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는 2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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