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제는 2000년을 전후하여 지역마다 축제 숫자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올해 전국의 축제수는 886개에 달하고, 전북은 51개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축제가 소멸되고 있지만 생성되는 숫자가 더 많다보니 해마다 축제 숫자가 늘고 있다.

축제를 유형별로 구분하면 축제의 근원과 전통적 의미를 나타내는 축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축제, 지역정체성과 관광개념을 결합한 복합적인 축제로 나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지역축제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지역축제가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면 일부 축제를 제외하고 많지 않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마다 지정한‘문화관광축제’는 축제마다 등급을 지정하고 예산을 차등지원하고 있어 축제가 관광상품이 되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정부가 인정한 대표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역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한 예로, 에딘버러 축제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축제다.

이 축제의 시작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럽을 문화예술로 재통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유명해진 것은 공식축제에 초청받지 못한 예술단체가 비공식 무대인 거리, 광장, 작은 공간 등에서 실험적인 소규모 공연을 펼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일명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ringe Festival)’이다.

매년 8월이면 소규모 공연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면서 어떤 제약이나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예술감성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갖는다. 

이 축제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공식무대가 아닌 비공식무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위가 축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큰 힘을 발현한다는 점이다.

또한 축제의 정체성이 지역의 고유성과 결합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경제활성화도 도모하였다.

우리나라는 800여 개의 축제 중 글로벌육성축제, 명품축제, 최우수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 육성축제로 등급을 구분한다.

우수 등급을 받은 축제가 지역에서도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축제 이름에서부터 지역 고유의 특성-자연, 문화, 특산물 등-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지역민이 매기는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 

이제는 미시적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보아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거대한 축제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마을의 작은 축제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살펴보고, 궁극적인 지역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

또한 축제를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지, 지속가능한 동력으로서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지역의 주민이 즐기는 축제는 어떤 축제일까. 예부터 마을공동체 중심의 축제는 제의성격을 가진 당산제, 풍어제가 대표적이다.

매년 보름날이면 마을 주민이 모두 마음을 모으고 기원하면서 음식을 나누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 축제의 규모나 숫자가 줄어들었고, 일부 문화행사로 변화되긴 했지만 그것을 주도하는 주체는 여전히 주민이다. 전라북도에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축제는 많이 존재하고 있다.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마을은 귀농한 주민을 중심으로 마을음악회와 산나물 축제로 마을이 화합하고 있고, 농사를 많이 짓는 마을은 짚풀공예로 문화자원을 만들고 백중놀이로 마을 공동체를 이룬다.

무주의 디딜방아액막이 놀이와 낙화놀이, 부안 우동마을 당산제, 위도의 띠뱃놀이와 같이 제의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축제가 문화놀이로 유지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전주 서학동의 예술가를 중심으로 한 예술마을 축제도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마을의 문화자원이 축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주민은 주인이 되고, 스스로 소확행(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경험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우리는 주민의 삶터를 관광지로 변화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표방하며 축제규모를 확대시키는 일에 집중하였다. 이제는 지역민이 행복하고 마을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마을마다 고유한 색을 가진 소규모 마을축제가 촘촘하게 지역공동체를 결합시키는 기반이 된다면 지역정체성도 고유하게 드러날 수 있다. 전라북도는 주민문화 조성의 하나로 작은축제를 육성하려는 계획이 있다.

지역의 대표축제처럼 일률적으로 지원하여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지역민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할 수 있게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을 축제는 주민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놀이문화이기에 형식적인 간섭이 개입되면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구혜경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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