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김원옥-김복동 할머니 증언 토대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삶 소설로 그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지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가 기념의 날이었다.

또 故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증언하며 세상에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기도 한 날이다.

그때도 지금도 일본의 만행은 현재진행형이다.

고통스러운 그 만행 속에서 하루하루 생의 끄트머리로 밀려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그런 그들의 생과 기억을 소설가 김숨이 받아 적어 책으로 펴냈다.

작가가 적은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집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와 김복동 할머니 증언집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는 두 할머니들의 위안부 피해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

김숨 작가는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현재와 과거를 조명한 ‘한명’, 위안소에서 살고 있는 임신한 열다섯 살 소녀의 삶을 그린 ‘흐르는 편지’ 등의 소설을 통해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쉼 없이 알려왔다.

길 할머니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쓴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는 열세 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78년의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78년을 기억하는 어떤 말, 그리고 그 말의 기록이다.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꽃구경도 싫어. 나 우리 집 갈래. 나는 노래를 불러.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심심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새들이 날 가리며 우는 거 봤어? 한때 남들 앞에서는 노래를 안 불렀어. 숨어서 불렀어. 혼자 몰래 불렀어. 남들 듣는 데서 노래 부르는 게 흉 같아서. 내가 하는 건 다 흉 같았어. (p.54)”

증언보다는 넋두리에 가까운 그날의 기억들은 대부분 착취와 고통의 연속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으며 어렵사리 밟게 된 조선.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결국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가족 없이 평생 혼자 지내온 삶을 생의 끝에서 이야기한다.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그 긴 시간동안 스스로 숨죽여 지내야했던 지난날의 기록이자, 기억해야 할 역사가 남겨져있다.

화자 김복동 할머니는 열다섯 살에 군복 만드는 공장에 가는 줄 알고 부산에서 배를 탔다.

일본으로 건너 온 뒤 다시 대만, 광동, 홍콩, 수마트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 다니며 ‘위안부’ 생활을 했다.

김 할머니의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 보는 거야’에는 외로웠던 지난날의 흔적들이 녹아있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이와 37년을 함께 했지만, 늘 혼자인 것 같았고 스스로를 섬에 가둔 채 지내야 했다고 회고한다.

‘나’를 찾기 위해 62세 때 용기를 내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백했지만 가족들마저 외면했다.

“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형제도 나를 이해 못 하는데 누가 나를 이해하겠어. 형제도 못 믿는 내가 누구를 믿겠어. 너른 밭이 있었으면……. 내 뒤에 아무도 없어(p.188)”

그렇게 평생 외로웠고, 평생 쓸쓸했던 김 할머니는 증언속에서 계속해서 물어본다.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왜 내게 그런 일이 생긴 것인가?’와 같은 것들 말이다.

끝없이 되묻는 할머니의 말 속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폭력의 원인과 이유가 너무나도 자명 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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